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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랭 드 보통의「불안」, 지금보다 더 높은 곳으로 가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2013. 5. 26.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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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4 - 5.16.

    알랭 드 보통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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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보다 더 높은 곳으로 가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TV를 켠다. 지금 방송 중인 프로그램은 <우리 결혼할래>. 오전 2시의 멤버 지눈이 나온다. 그를 자세히 바라본다. 환한 미소, 넓은 어깨와 큰 키. 뛰어난 노래 실력, 그리고 부유한 집안과 그의 비싼 자가용. 연상의 부인마저 만족하게 하는 나이답지 않은 매너까지. 부럽다.(키와 집안은 그의 노력이 아님에도) 너무 큰 차이에 질투마저 사그라진다. 나와 동갑인데…. 나의 23년은 어디로 향했던 것일까? 갑자기 비참하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 나 역시도 저렇게 될 수 있지 않았을까?

     갑자기 불안감에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다. 집에 전화를 건다. 다행히도 엄마가 받는다. - 잘 지내고 있지? -응, 누구 아들인데. 라며 너스레를 떤다. 마음이 편하다. 편해지려는 찰나 - 공부는 열심히 하고 있니? 그 엄마 친구 아들 A 있잖아. 그 서울대 갔다는 친구. 너랑 같은 고등학교 나왔잖니. 참 그 애가 글쎄 H기업에 취직했다더라. 너도 빨리 전역하고 취직해야지…. 마음이 무겁다. 지눈은 나와 다른 삶을 살았다고 쳐도 A는 나랑 같은 지역, 같은 고등학교, 같은 수업. 비슷한 조건이었는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내가 부족한 게지. 내 능력이 부족하구나. 나 역시도 A와 같은 삶을 살 기회는 분명히 있었다. 아니 지눈처럼 살 기회도 있었지. 귀찮음과 멍청함 때문에 나는 그 기회를 놓치고 말았구나. 나는 이 위치에 존재하고 머무를 수준밖에 안되는구나. 마음이 불안하다. 공부라도 찬찬히 시작하자.

     

     누구나 이런 생각의 레퍼토리를 경험했을 테다.「불안」, 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며 겪는 다양한 순간들에 종종 느끼고 하는 자신의 위치에 대한 불안감을 풀어놓은 책이다. 막연하지만 강력하게 엄습해오는 불안감을 구체적이고 차분하게 설명함으로써 우리의 감정 상태를 분석할 수 있도록 돕는다. 불안에 대한 다섯 가지의 원인과 해법이 제시된다. 그 중 <능력주의>라는 원인과 <기독교>라는 해법이 인상 깊다.

     

     능력주의는 다름 아니라 근대로 넘어오면서 생긴 사회 현상이다. 기존의 귀족제도 아니고 진보적인 평등주의도 아니다. 그 둘을 적당히 배합하여 만든 것인데 능력이 있으면 귀족처럼 살 수 있다. 그러나 능력을 발휘하는 기회는 평등하게 주어진다. 때문에 근대에 계급에 따라 삶이 정해지던 과거와 달리 자신의 능력에 따라 삶이 결정된다. 능력이 뛰어나면 찬란한 삶을 살고 능력이 없으면 벌레 같은 삶을 살아간다. 모두 동일한 기회를 가지기에 어떠한 변명도 할 수 없다. 자신이 차지하는 지위가 낮다는 것은, 혹은 부를 갖지 못하고 빈곤하게 살아가면 그 사람은 능력이 부족하다. 고 못 박힌다. 여기서 불안이 시작한다.

     지위와 부유함에만 초점을 맞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이해받지 못하는 괴로움. 따라서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괴로움. 혹은 자신보다는 자신이 가진 자유나 부 때문에 사랑받는 괴로움. 불안한 시장 경제에서 마찬가지로 들쑥날쑥한 자신의 능력이 발휘되지 못하리란 두려움. 분명 능력주의 사회는 효율성은 극대화 시키고 적재적소로 인력을 배분했지만 사람에게 불안을 안겨다 주었다.

     

     불안이 팽배한 사회에서 새로운 시각을 통해 극복 방안을 제시한다. 그 중 기독교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의 경고>를 통해 안정을 가져다준다. 죽음의 순간이 도래했을 때 무엇을 가장 후회할 것인가. 외에도 '신'이라는 절대적인 틈새를 통해 기를 쓰고 경쟁하는 우리 개개인이 너무도 하찮은 존재라는 것을 알려준다.

     

     무엇을 설명하는 책을 또다시 설명하기란 언제나 어렵다. 가볍거나 쉽게 설명할 내용이 아니라 진중하고 이해되는 책은 더더욱 어렵다. 책을 읽고 사흘간 감상문을 쓰지 않았다. 황금 연휴(5.17-19)에 탱자탱자 놀았다. 나는 불안했다. 한 호흡에 마무리 짓지 않아서 책을 잊어버리거나 표현하고 싶은 내용이 증발했을 것 같았다. 도무지 책상에 앉을 수 없었다. 몇 시간이나 다른 생각과 상상을 하다 펜을 들었다. 그래도 글은 나오지 않았다. 내게 많은 영향을 준 책이고 감상문을 쓰지 않으면 그다음 책을 읽지 않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가 된 느낌이었다.

     그래도 잘 극복하고 내가 중요하게 느낀 것을 잘 표현한 것 같다.

     

     가끔 너무도 불안하다. 내 삶에서 재미는 어디서 나올까? 나는 무엇을 위해 살까? 왜 이렇게 기억이 안 날까? 논리가 없을까? 20년 뒤에도 지금과 같을까 불안하다. 내 성장이 여기서 멈췄을까 불안하다. 가끔 드러나는 인간관계상의 미숙함에 지친다. 내 리듬을 나 스스로 끊는 것이 지친다.

     왜 성공으로 가는 길에는 지속이 필요한데 실패는 한 순간에 이뤄질까? 실패한 뒤 항상 하는 확고한 결심은 실행하지 못할까. 그런 불안한 마음을 품고 썼다. 한 개를 해결했다. 그래. 다시 조금 자신감이 생긴다. 이겨낼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든다.

     

    5.20

    불안감 속에서

     


    불안

    저자
    알랭 드 보통 지음
    출판사
    은행나무 | 2012-01-04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현대인이 느끼는 불안의 원인과 해법을 파헤친다!여행의 기술, 무...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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