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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근의 「꼴지를 일등으로」, 함께하며 몸의 언어로 신뢰를 심어주는 리더쉽
    2013. 7. 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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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2. - 7. 2.

    김성근 -꼴지를 일등으로










     #0. 대학 2년을 마치고 다소 늦은 나이 22살에 입대했다. 입대를 미룬 이유는 지금 없는 여자친구 때문. 사정없는 이 누구 있으랴만 두고 오는 것이 많아 힘들었다. 짧지만 길 2년이라는 군 생활을 한마디로 정리했다. 일구이무一球二無. 투수가 던진 공은 돌아오지 않는다. 세 번도 아니고 두 번도 아니다. 오직 한 번의 투구뿐이다. 매 순간 찬란한 세계를,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군대 역시 마찬가지다. 좋은 싫든 오직 한 번뿐인 시절이다. 나만의 스토리와 세계를 멋지게 창조하자.


     #1. 훈련소에 입교하고도 잊지 않았다. 즐기자. 그래서 매 순간 힘을 다했다. 점수라던가 맛있는 반찬을 더 받기 위해 입에 발린 소리를 하지는 않았다. 그저 내게 주어진 고된 훈련은 담담히 받고 주변인을 조금씩 챙기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열심히 하는 것이 목표였다. 성실한 사람이 목표였고 명랑한 태도가 수단이었다. 덕분에 소중한 인연을 많이 만났다.

     시간이 지난 지금 그들이 눈에 비친 내 모습을 들어보면 현재의 자신이 부끄럽다. 모든 일이 지루한 일상이 되었고 그러한 관성 속에 나태한 채로 지내는 모습과 모든 일에 솔선수범하며 웃고 즐겼던 모습 사이에 있는 몸뚱어리는 같을지 언 데. 머릿속에 일구이무라는 정신이 빛을 바라있었다.


     #2. 일구이무는 김성근 감독의꼴지를 일등으로책에서 나오는 말이다. 재일 교포로서 한국 야구에 지인도, 혈연도, 학연도 없이 69년부터 40년 이상 감독을 할 수 있었던 굳센 정신의 바탕이다. 쪽발이라는 비이성적인 비난과 싸움닭이라는 소문에도 계속해서 감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마음가짐으로부터 시작했을 것이다. 본문에는 이렇게 서술되어 있다.

    p.15. 일구이무一球二無, 삼세번도 없고 두 번도 없다. 한 번 던진 공을 다시 불러들일 수는 없다. 투수의 손에서 공이 떠나는 순간 작은 세상 하나가 창조된다. 타자가 치는 공 하나에도, 수비수가 잡는 공 하나에도 '다시'란 없다. 그래서 공 하나하나에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하고, 진정으로 최선의 플레이를 해야한다.


     #3.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에서 떠나간 시간은 다시 불러들일 수는 없다. 대신 시간이 떠나는 순간 (지금 역시도) 작은 세상 하나가 창조된다. 인생에서 '다시'란 없기에 매시간 하나하나에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하고, 진정으로 최선의 플레이를 해야한다.

     삶을 이런 태도로 보았을 때 우리는 프로 야구 선수 못지 않은 소중하고 짜릿한 경기에 임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입대하기 전에 읽은 꼴지를 일등으로에서는 일구이무가 가장 빛났다.


     #4. 오랜만에 다시 읽은 책에서는 김성근 감독의 리더십이 눈에 띄었다.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만 20년가량 살아오며 일본어 모어 화자가 되었다. 그리고 가난한 가정환경에서 비롯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남에게 말하지 않는 성격이 생겼다. 일본에서는 조센징이고 한국에서는 쪽바리라는 이방인의 처지에 그는 모든 것을 행동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말의 언어에는 장벽이 있었다. (노마 히데키의「한글의 탄생」, #5. ~ #5.-2 신뢰의 단상 ) 그 부족한 커뮤니케이션을 보완하기 위해 친근감이 필요한데, 이방인에 대한 편견이 끼어있어서 오해만 쌓이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모든 것을 행동으로, 결과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부족한 언어를 보완하기 위해 말없이 행동하고 편견과 오해를 풀기 위해 진심을 다한다. 그리고 여기서 그의 리더십이 탄생한다.


     #5. 김성근 감독의 지도로 훈련을 받아본 선수들은 김성근 감독이 잠자리 눈을 지녔다고들 말한다. 어떤 사소한 행동조차도 파악하고 체크한다는 것. 그래서 그의 지도하에서는 게으름을 피울 수 없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이 김성근 감독의 야구를 데이터 야구나 스파르타식 야구, 감독 위주의 야구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의 야구에는 선수 개개인의 자율이 없다고 한다. 모두 맞는 말이나 빛과 그림자 중에 그림자밖에 못 본 꼴이다.

     감독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이자 팀원 간의 조율을 맞추는 지휘자이기도 하고 때로는 엄격한 스승이기도 하다. 그래서 감독은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없기에 자신이 원하는 환경과 방향을 이해하는 코칭 스태프와 함께한다. 자신이 정한 비전과 그림을 선수들에게 말해주고 꿈꾸게 하고 같이 뛰어나가는 것이다. 김성근 감독은 팀 전력의 50% 이상은 팀워크에서 나오는 것이고 팀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태평양 돌핀스'시절 오대산의 얼어붙은 개울에도 빠져가며 훈련을 했다. 그가 생각하는 팀워크의 기본은 팀원에 대한 존중과 배려이다. 서로의 존재감을 깨닫는 것이다.

     이런 훈련에 빠지지 않고 앞장 섬으로서 선수들과 하나 됨을 느끼고 선수들의 작은 모습부터 큰 특징까지 파악하는 것이다.


     #6.

     p.200. 코치가 코치로서 제 역할을 철저히 수행한다면 내가 지켜볼 이유가 없다. 이런 게 내가 생각하는 자율이다. 그리고 이것은 선수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선수가 감독의 전략을 이해하고, 작전과 지시를 만족스럽게 수행하면 일일이 간섭하지 않는다. 선수 마음대로 하는 게 자율이 아니다. 상황을 이해하고, 상황에 맞게 행동하는 게 자율인 것이다. 


     p.234. 나는 나의 야구가 자율 야구의 반대편에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선수들이 자율적인 사고와 태도를 갖출 떄까지 과정을 함께 할 뿐이다. 지금 SK 와이번스 경기 때에는 사인이 극히 적다. 코치와 선수들이 경기의 흐름을 잘 파악하면서 적절한 공격과 수비를 한다. 표정만으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정도다. 이런 게 팀워크다. 내가 추구하는 야구다. 스스로 알아서 하는 야구, 이게 바로 자율 야구 아닌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자율과 김성근 감독이 생각하는 자율이 다를 뿐이다. 진정한 자율이란 자신이 원하는 것만 하는 것이 아니다. 자율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자율自律

    1. 스스로 의지로 자신의 행동을 규제함.

    2. 칸트의 윤리관에서, 어떤 권위나 욕망에도 구애됨이 없이 실천 이성에 의하여 스스로 세울 도덕률에 따르는 일.

     의지를 키우기 위해서는 일정량의 타율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자율적인 사람이 되는 과정에는 일정의 타율이 필요한 법이다. 김성근 감독은 진정한 자율을 위해 거센 훈련을 했다. 훈련을 통해 팀워크를 키웠고 Sk에 가서는 드디어 자율이 부여되었다.


     #7. 김성근 감독은 투수 출신이다. 여기서 그의 지지 않는 야구 철학이 꽃피었다. 어렸을 적부터 그의 승부 근성은 뛰어났다. 어떤 목표가 있으면 피나는 노력을 해서 이루었고 과정에 패배나 실패가 생기면 그곳에서 원인을 파악해 성장의 거름 삼았다 한다.

    p. 46. 경기에 나가면 져서는 안 된다는 게 나의 신조다. 어떤 경기라도 져야 할 이유는 없다. 준비를 잘하고, 훈련을 열심히 하면 지지 않는다. 이기게 되어 있다.

     이 단호한 문장. 짧아도 그의 실천력과 돌파력을 느낄 수 있다. 그는 실점을 최소화 하기 위해 상대팀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그에 맞는 카운터를 준비한다. 스타 선수가 없으면 없는대로, 가능한 조건 내에서 전략과 전술을 준비하는 것이다.


     #8. 나의 존재감은 야구에서 비롯되고, 야구만이 이 땅에서 인정받는 길이기 때문이없다. (p.225.)

      내가 김성근 감독을 존경하는 것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도 멋있지만 감독이란 위치가 어떤 기업의 경영자처럼 뛰어난 리더십이 필요함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 만난 그의 야구에 대한 진심과 리더로서의 위치에 대한 노력은 대단하다.

     그가 생각하는 감독은 언제나 의지할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든든하고 단단한 존재이다. 결코 나약하거나 고독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굳게 서 있는 둔덕이 되어야 한다. OB베어스 감독 시절 시즌 도중에 입원했더니 선수단이 휘청댔다. 선생이 자리를 비운 초등학교 교실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후에 그는 신장암 판정을 숨기고 시즌이 끝날 때 잠시 수술을 받고 몰래 치료를 했다고 한다. 리더는 언제나 리더로 서 있어야 한다.

     이런 태도 외에도 그가 야구를 바라보는 정신이 워낙 굳건했기 때문에 선수들도 감화되었을 터이다.

    p. 117. 가족도 소중했고, 어머니 생각도 많이 나겠지만 야구만 할 수 있다면 뭐든 포기할 수도, 뭐든 버릴 수도 있었다. 야구는 사는 목적이었고 이유였다. 이것만큼은 여태껏 단 한 번도 흔들리거나 변한 적이 없었다.

     내게 있어 가족까지 져버리며 택할 가치가 있는가? 그렇다면 자연스레 그 분야의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리더의 지휘 하에서 일한다면 따를 수밖에 없겠지.


     #9. 13. 6. 30. - 7. 1. 간 울산의 주전 바닷가에 다녀왔다. 애초부터 민박에서 자지 않고 텐트나 바닷가에 누워 잠자기로 계획한 여행이었다. 바닷가에서 신 나게 놀고 샤워하고 저녁을 먹으려고 하니 비가 조금씩 왔다. 하늘은 지독히 흐렸고 비는 계속될 듯했다. 우리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바닷가에 누워 밤하늘과 파도소리를 들으며 만들 추억과 안락한 민박집에서 달콤한 잠. 나는 성격상 리스크를 피하자 주의라 바로 민박집을 알아보았다. 4인용 방이 5만 원. 다들 흔들렸다. 당시에 고기를 샀고 가스버너는 있었지만, 불판은 없었다. 숯은 샀지만 가스 토치가 없었다. 더구나 비가 떨어졌다. 민박집에서는 밥과 고기를 조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 친구가 비는 절대 안 올 것이라며 말렸다. 어떻게든 자신이 고기를 구워주고 밥을 만들겠다는 것. 비는 점차 그쳤고, 비가 그치고 10분 뒤 친구는 어디선가 가스토치를 구해와 숯을 뜨겁게 만들었다. 배가 부르도록 고기와 밥을 먹고, 바닷가에 누워 파도 소리를 들으며 구름에 가려졌다가 나타나는 별들과 달을 보며 시원한, 유쾌한 밤을 만들었다.


     리더란 그렇다. 상대를 설득하고 행동으로 보여주며 스스로 강한 신념이 있어야 한다. 책을 읽으며 이 친구가 생각났다. 신념도 중요하지만 몸의 언어로 신뢰를 심어주는 리더가 되고 싶다.


    7. 3.

    리더십을 기르자.




    꼴찌를 일등으로

    저자
    김성근, 박태옥 지음
    출판사
    자음과모음 | 2009-07-1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야구를 빼면 인생을 논할 수 없는 사람, 머리부터 발끝까지 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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