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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사랑의 일련의 과정.책 2013. 5. 12. 19:24반응형
5.7. - 5.9.
알랭 드 보통 -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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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제목으로 오래전부터 읽고 싶었다. 사랑. 이라는 감정적인 요소의 극치를 <왜>라는 논리로 풀어낼 수 있을까? 감정을 논리로 읽는 것. 그래서 궁금했다. 읽은 뒤에 사랑이란 것은 여전히 알 수 없지만 사랑에 빠진 내가 한 행동에 대해서는 조금이나마 알겠더라.
사랑에 빠지는 순간부터 사랑이 끝나 힘들어하는 그리고 또 다른 인연의 가능성을 만나는 지점까지의 서사가 담긴 소설이다. 실상 읽으면 소설이라고 느끼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주인공의 이름은 밝혀지지 않고 '나'라고 서술되는 점, 영국에서는 Essay in Love라는 제목으로 발간되었다는 점이 있다. 그런 것을 떠나 이 소설이 그려내는 <사랑의 과정>은 누구나 한번은 겪어봤음 직하며 결국 작가의 경험이 포함될 수밖에 없단 믿음이 깔린다.
비슷한 내용의 책으로는 스탕달의 「연애론」과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이 있다. 이 책을 포함하여 세 권의 책은 비슷한 문맥을 지닌다. <사랑이란 무엇이고, 우리는 왜 사랑에 빠지며,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각 책은 비슷하지만서도 작가 삶의 프리즘에 따라 각기 다른 색깔의 답을 내린다.
스탕달은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결정 작용>에 비유했다. 쉽게 설명하자면 눈에 콩깍지가 쓰이는 것이다. 소금 광선에 들어간 나뭇잎이 몇 주일 뒤면 소금결정에 의해서 반짝이게 되는 것처럼 상대방의 가치에 비해 빛나 보이는 현상이다. 그리고 롤랑은 <근사함>이라는 기호에 빗대어 말한다.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 中보통은 책의 <제 2장 이상화>에서 설명한다.
p. 24. 사랑에 빠지는 일이 이렇게 빨리 일어나느 것은 아마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사랑하는 사람에 선행하기 때문일 것이다. 요구가 해결책을 발명한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출현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은 요구, 사랑의 출현에 선행하는 요구의 제 2단계에 불과하다. 사랑에 대한 우리의 갈망이 사랑하는 사람의 특징을 빚어내며, 우리의 욕망이 그 사랑을 중심으로 구체화된다.세 작가 모두 비슷하지만 차이가 있다. 그래서 함께 읽을만하다. 개인적으로는 알랭 드 보통의 책을 먼저 읽을 것을 권한다. 사랑의 속성에 관한 이야기를 비교적 더욱 무겁거나 가볍지 않으면서 쉽게 풀렸으며 그와 비슷한 철학적 물음들을 던져준다. 그리고 사랑의 순서에 따라 전개되어 공감이 쉽다. 다음으로 스탕달의 「연애론」. 조금 가벼우나 지난 사람과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에 대하여, 연애의 의미에 대하여 서술하였다. 마지막으로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 너무 무겁다. 읽는데 일주일이 소요되었다. 책이 단어의 순서대로 진행되기에 정신없다고 느껴진 때가 있으나 언어를 그림으로 느낄 수 있는 <언어의 기호화>를 맛볼 수 있다.
다시 책으로 이야기를 돌리겠다. 이 책은 사랑을 상실한 사람, 사랑에 빠진 사람 그리고 사랑을 꿈꾸는 사람 모두에게 다르게 읽힐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누군가 나를 좋아해 주는 것에 항상 궁금했다. 왜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할까? 나 같은 사람을 좋아해주는 것은 뭔가 착각하고 있다는 표시가 아닐까? 그래서 언젠가 떠날 것에 두려워했다. 그런 의미에서 <14장 나의 확인>편이 가장 가슴에 와 닿았다. 내가 아는 그 사람이 완벽한 그 사람이고, 그 사람이 아는 내가 진정한 나일까? 절대 그럴 수 없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해석학자가 된다. 사랑하는 이의 말과 행동에 어떤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하며 해석하려 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부분을 통해 전체를 확인하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비슷한 상을 만들 수 있겠지만 정확한 상을 결코 만들 수 없다. 그러나 인간은 완전한 구조를 지니지 못해, 그 유동성을 단단히 만들기 위해 타인이 윤곽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p. 161. 어쩌면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아주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우리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하는 말을 이해하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우리는 제대로 말을 할 수 없다는 것도. 본질적으로 우리는 사랑을 받기 전에는 온전하게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사랑하는 대상과 같아서 부분으로 전체를 표현할 방법밖에 없다. 지금까지 보통의 책을 3권 읽었다.「철학의 위안」,「여행의 기술」,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읽다가 힘들어서 중도 포기)」. 모두 나와 잘 맞앗는데 작가와 내 성격의 유사함 때문인 것 같다. 작가는 책에서 주인공을 감정주의자로 묘사한다. 행동보다 사색이 깊고 세상을 분석하려는 성격. 나 역시 그런 특질을 가지고 있다. 자신과 맞는 책은 어쩌면 자신이 설명할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 줄 수 있는 작가가 쓴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랑에 대한 궁금한 이들에게 일독을 당당히 권한다.
p. 36. 내가 아무리 속이 썩더라도, 그런 일들은 말하지 않고 그대로 놓아두어야 한다는 것을 나도 인정했다. 가장 매력적인 사람은 곧바로 우리에게 입맞춤을 허락하는 사람이나 절대 우리에게 입맞춤을 허용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수줍어하며 그 양 극단 사이로 우리를 이끄는 사람이므로.
p. 45. 진정한 자아라는 것은 같이 있는 사람에 관계없이 안정된 통일성을 이룰 수 있는 능력을 전제한다. 그러나 그 날 저녁 나는 클로이의 욕망을 찾아내고 그에 따라서 나 자신을 바꾸려는 진정하지 못한 시도를 계속했다.…. 구애는 나를 둘로 갈라놓았다. 진짜 자아와 거짓된 자아로.
p.76. 사랑을 바라지만, 자신의 진정한 자아가 드러나면 상대가 실망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사랑을 받아들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 당신이 지금 나를 사랑한다면, 그것은 당신이 내 전체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일 당신이 내 전체를 보지 못하고 있다면, 언제 당신이 내 전체를 보게 될까 초조해하며 당신의 사랑에 익숙해져가는 것은 바보짓이다.
p. 161.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은 무슨 뜻일까? 오직 인간만이 연체동물이나 지렁이와는 달리 자신을 규정하는 자의식을 얻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필요로 하는 것. … "나"라는 것은 완전한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그 유동성에 남들이 윤곽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5.9.
어떤 눈도 우리의 '나'를 완전히 담을 수는 없다.
우리 가운데 어느 부분은 절단당하기 마련이다.
그것이 치명상이든 아니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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