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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원하기 위하여, 은희경의 <마지막 춤은 나와함께>
    2013. 3. 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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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12. - 2 .12.

    은희경 - 마지막 춤은 나와함께

     

     

     

     

     

     

     

     

     

     

      도입부에서는 박현욱님의 <아내가 결혼했다>와 유사한 느낌을 받았다. 사랑과 결혼 그리고 연애. 일부일처제라는 제도를 비난하는 글인가 싶었다. 이 책은 98년에 출판한 책치고는 상당히 야한 편이다. 생각의 일요일들이라는 산문집을 통해 은희경님과 처음 만난 나는 작가의 이런 면이 있다는 점에 놀랐다. 거리낌 없는 성적인 묘사는 소설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현실성. 소설에 현실성을 부여하기 떄문이다. 실상 인간의 3대 욕구 중 하나로서 사랑을 함에있어 이 욕구를 논하지 않는다는 것은 모순이다. 사랑이 성적인 것은 아니지만, 이 요소를 제외하고 논할수는 없는 것이다. 사랑을 구성하는 요소는 수없이 많을테다. 그러나 그 요소 하나하나를 분해하여 파악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이 아름다워 멋진지, 얼굴이 아름다워 사랑스러운지 파악할 수 없는 거소가 같다.

     

     부대에 들어온 이후로 많은 소설을 읽었지만 대부분, 절대다수의 소설에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소설 속의 주요 사건이기도 하고, 떄로는 사건을 진행하고 흥미를 유발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아마도, 사랑은 알 수 없는 것이기에 꾸준히 이야기에 나타나는 것일테다.

     

     「마지막 춤은 나와함께」. 이 소설은 은희경님의 두 번째 작품이다. 첫 소설(「새의 선물」)의 주인공인 진희가 성장한, 성숙한 나이가 된 시점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첫 작품을 읽어보지않아 잘 모르겠다. 책의 첫 장 <셋이 좋은 이유>에서부터 이 소설의 주된 갈등 요소를 파악할 수 있다. 적어도 세 명의 애인이 있어야지 마음이 안정된다는 내용이다. 내가 소설을 읽는 이유는 단 한가지이다.

     - 올바르게 살기 위하여.

    소설을 통해 다양한 인간상을 느끼며, 보고, 배우려고 한다. 특히 주인공 = 서술자에게 많이 배운다. 작가의 이상적인 삶의 모습을 이들에게 투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읽기 힘들었다.

     

     옳은 삶의 태도가 무엇일까 알 수 없었다. 나 역시도 셋이 좋아야 할까? 사실 주인공이 셋을 좋아하는 이유는 '영원'할 수 없음때문이다. 사랑의 가변성에 상처받지 않기 위하여 셋을 준비해둔다. 그래서 마지막 춤은 누구와 출 것인가?가 이 소설의 핵심이다.

     

    p. 273.

     누구나 마지막 춤 상대가 되기를 원한다. 마지막 사랑이 되고 싶어한다. 그러나 마지막이 언제 오는지 아는 사람이 누구인가. 음악이 언제 끊어질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마지막 춤의 대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의 상대와의 춤을 즐기는 것이 마지막 춤을 추는 방법이다. 마지막 춤을 추자는 사람에게는 이렇게 대답하면 된다. 사랑은 배신에 의해 완성된다고.

     - So darling, save the last dance for me. 

     

     결국 이 소설에는 사랑은 배신으로 결론 짓는다. 이제 독자는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한다. 소설을 따라 사랑은 배신이라고 결론 짓고 적당한 거리를 두며 사랑한것인지, 아니면 사랑은 믿음이라고 반박하며 의심을 뛰어넘는 사랑을 할 것이지. 오히려 - . 믿기에 배신 당하는 것 아닌지, 의심해보아야 한다. 믿음이 존재하기에, 믿지 않는 대상에게 배신을 느낄 순 없다. 이런 배신과 믿음의 오묘한 동거 때문에 사랑은 어렵다. 상대방의 마음을 알고 싶어하고 독점하려고 한다. 그래서 사랑에는 성적인 요소가 빠질 수 없다. 개인적이고 은밀한 이야기니까. 내가 상대방은 '소유'했다고 느끼게 만들어주니까.

     

     은희경님의 책은 여자 작가의 냄세가 짙다. 글쎄, 여성의 심리묘사라던가, 사물·상황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여자냄세가 난다. 남자가 느끼기 힘든 것을 묘사한다. 그래서 색 다른 관점과 세상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임신에 대한 느낌이랄까.

     

    p. 72.

     너는 내 몸 안에 있어. 너와 내가 한몸이란 뜻이지. 너는 그곳에서 둥지의 새가 노란 주둥이를 벌리고 있다가 어미로부터 벌레를 받아먹는 것처럼 조금 전 내가 마신 우유 따위의 음식을 나와 함께 나눠 먹으며 자라는 거야. 너는 모든 일을 나를 따라서 하게 돼. 함께 움직이고 함께 느끼고, 그런 일은 아마 없겠지만 만약 내가 죽는다면 너도 함께 죽게 돼. 너는 완전히 내게 속해 잇는 거야. 이 세상에 진정으로 누군가를 소유할 수 있는 것은 모태뿐이거든. 

     

     주인공은 모태 말고는 소유할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아이 마저도.

     

    p. 93.

     사랑하게 되면 누구나 조금쯤은 마음에 드는 얼굴로 보인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얼굴이라는 것만으로 누구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그의 얼굴이 마음에 들게 됐는지 마음에 드는 얼굴이라서 사랑하게 됐든지, 어쨋든 그 두 가지의 행복한 일치는 드문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이 내 마음에 드는 얼굴을 가졌다는 것은 순전히 우연이지만 행복한 일이다.

     

    p. 163.

    나는 사랑했던 남자가 행복하게 살아서 내게 잊혀지기를 바랐다. 사랑은 자주 오고 결국은 끝나는 것이다. 아무리 사랑했어도 시간이 흐른 뒤에야 나미가 노래했듯이 '그 시절의 너를 또 만나서 사랑할 수'없는 것이 사랑의 '슬픈 인연'이다. 사랑의 관계란 끝이 오면 순순히 끝내야만 한다. 아무리 사랑했더라도 그 시간이 지나가버린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듯 말이다.

     

    p. 117.

     그러나 편의점으로 맥주를 사러 나가려고 의자에서 엉덩이를 뗀 순간 어떤 이유를 가지고 술을 마신다는 것이 더없이 약한 짓으로 생각되었다. 술이란 즐거울 때,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때 그냥 마시는 것이다. 슬프거나 괴로울 때 마시면 그것은 술이 아니라 슬픔과 괴로움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자기의 시간을 마시는 짓이다. 그래서 나는 도로 의자에 앉아서 담배를 피웠다.

     

     

    2. 12.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저자
    은희경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2-05-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소설가 은희경의 장편소설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사랑과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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