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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보다야, 박민규 <아침의 문>책 2013. 2. 9. 12:10반응형
1. 31. - 2. 1.
박민규 - 아침의 문(2010 이상문학상 작품집)
- 바닥의 콘크리트보다도 무뚝뚝한 인간이지만, 적어도 콘크리트보다는 따뜻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
소설에는 두 개의 사정으로 사건이 진행된다. 1인칭과 3인칭 전지적 작가시점. 이 다른 시점을 통해 한 가지 사건을 들여다보는데, 그 내용이 다르다.
A. 제가 치우고 갈께요. B. 그래서 치우란 얘기야?
무엇이 1인칭이고 어떤 녀석이 3인칭일까? 이를 통해 나는 주관성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내가 어떤 의도로 말하는지, 그리고 그 표현 방법이 상대에게 어떻게 접근하게 될텐가. 다소 충격적이다. 이제껏 소설 속 주인공과 서술자의 서사를 모두 절대적으로만 바라보았는데, 그 역시도 주관성이 들어가있을 수 있다는 사실.
탄생 그리고 죽음을 '문'으로 표현했다는 사실이 참신하다. 문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가려는자와 세상으로 들어오르년 자. 그리고 이 둘의 만남. 「아침의 문」에서는 이 둘의 만남이 발생한다. 다소 혼란스럽기도 하다. [어떻게, 왜] 파트가 시작될 때 사실 태어나는 아이의 시선으로 서사를 진행하는줄 알았다. 아이의 시선이 곧 죽는이의 시선인가.
-이제 곧 또 다른 세상을 보게 되리라 스스로 다독인다.-
마지막 해설에 주인공이 자살하려는 이유를 모른다고 해설했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p. 31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나는 그것을 절대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다.
···
p. 35.
허약한, 무방비 상태의 생명을 공격하는 그 느낌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끝끝내 대면한 자신의 진짜 이유 앞에서 그는 갑자기 이성을 잃는다. 에이씨, 그는 어린아이처럼 울기 시작한다. ···.
아버지는 감옥에, 형은 7년 전에 자살한 불우한 가정. 아마 자신을 버리고 간 어머니가 주인공에게 큰 상처가 아니었을까. 진짜 이유...일테지.
우리 사회의 자살 문제와 미혼모 문제를 죽이려는 자와 태어나는 자의 관점을 부딪히며 절묘하게 표현했다. 산부인과에서 태어났다기보다는 콘크리트 바닥에 엎질러지는 아이. 결국 이 아이는 살아남는다 치더라고 결국 자살을 하게 되는걸까? 결국은 콘크리트 바닥으로 엎질러지고야 마는 생인가.
그렇다. 바닥의 콘크리트보다는 무뚝뚝한 인간이지만, 적어도 콘크리트보다는 따뜻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서로를 괴물이라 부르긴 그렇잖아?
p. 22.
그녀는 울부짖는다. 고통이 심해서가 아니라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는 것이다. 그녀는 오랫동안 생각해왔다. 아니, 실은 너무 많은 생각을 되풀이해왔다. 그래서 무슨 생각을 한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존나···씨발, 하고 그녀는 어금니를 깨문다.
2. 1.
라지에이터보다 따뜻한 사람이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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