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에 물질에 물질에 물질을 더해 만든, 박민규의 <카스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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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테라

저자

박민규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2-03-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으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작...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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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5. - 1. 16.

박민규 - 카스테라

 

 

 

 

 

 

 

 

 

 내가 읽은 박민규님의 4번째 책. 2003년부터 2004년까지 문예지에 수록된 작품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묶어냈다. 그 중 대표적이고 좋아하는 소설이 '카스테라'라는 작품인지 - 유일하게 아내에게 바치는 소설 - 책의 제목으로 이용하였다. 책의 목차를 넘기고, 1장을 읽고 2장 ( 그 때까진 장편 소설인 줄 알았기에)으로 넘어가면서, 아-. 이 것이 단편 소설의 묶음이구나!를 알 수 있었다. '무규칙 이종 예술'이란 별칭의 '박민규 소설'들은 도저히 그 흐름을 종잡을 수 없다. 그래서 당연히도 박민규씨만의 무규칙 이종 예술을 구사하였구나, 또 다시 소설을 읽으며 이리저리 흔들리겠구나, 목차를 봐도 내용이 짐작이 안되는 구나, 싶었다.

 

 박민규의 소설을 비유하자면 종착역이 정해지지 않은 시골버스같다. 수많은 갈림길과 울퉁불퉁한 길, 어찌보면 비슷한 풍경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끝없이 다른, 그래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그래서 마음이 편한, 시골버스기사답게 친절하게 이끌어주며, 따스한 어르신들이 과거를 이야기해주며 위로해주기도 하고, 아무도 승차하지않아 언제끝날지 모르는 고독을 느끼기도 하며, 가로등 없는 - 세계의 지표가 없는 어두운 밤거리를 끊임없이 나아가야하는 느낌이다. 그러다가 언제 멈춰도 이상할 것 없고, 기름이 떨어질때까지 달려도 그러려하니 하게 되는 것, 흔들리고 흔들리고, 흔들리며 흔들리며, 흔들고 흔들고, 흐들리고 흐들리고, 흐들리며 흐들리며, 흐들고 흐들고, 핑퐁핑퐁 탁구공처럼 핑퐁핑퐁, 전자렌지처럼 위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이이이잉ㅇ이이이이이잉 땡 하면 완성되었을까? 아직 덜 익었으니 위이이이이이이이이잉이이이잉 덜컥 됐겠지? 아직 안됐네. 그냥 먹을까? 말까? 먹으면 배가 아플까? 아픈게 좋을까? 시간이 충분할까? 출근해야하는데? 에이 모르겠다. 덥썩, 퉤. 위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띵동, 어? 왠 카스테라지. 랄까.

 

 개인적으로 '카스테라', '헤드락', '갑을고시원 체류기'. 이 세편이 가장 마음에 들어왔다. 시끄러운 냉장고, 헤드락, 고시원을 소재로 쓴 20대 초반의 자취생, 유학생, 고시생의 이야기. 너무 가슴에 와닿는다. 특히 관 같은 고시원 방을 가슴으로 느낄 수밖에 없었고, 그 관을 스스로 찾아 들어갔을 때 어른이 된 느낌은. 비참하기도 대견하기도, 슬프기도 하다.

 일부 소설은 너무 흔들림이커서 독자의 자리를 이탈해버리곤 했다. 아직은 읽을 때가 아닌가보다. 아직은 아니다.

 

p. 90.

때로 새벽의 전철에 지친 몸을 실으면, 그래서 나는 저 어둠 속의 누군가에게 몸을 떠밀리는 기분이었다. 밀지 마, 그만 밀라니까. 왜 세상은 온통 푸시인가. 왜 세상엔 <푸시맨>만 있고 <풀맨>이 없는 것인가. 그리고 왜, 이 열차는

 삶은, 세상은, 언제나 흔들리는가. 그렇게. 

 

p. 102.

 지구의 나이는 45억년 이다. 인류의 나이는 300만 년이고, 나는 스무 살이다. 누가 뭐래도 세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이에 비한다면 자본주의의 나이는 고작 400년에 불과하다. 나는 아무래도 그쪽이 편했다. 말과 눈치가 통하고, 우선 먹고 마시고, 입는 게 비슷했다. 즉 그런 이유로, 나는 지구와 인류보다는 자본주의와 함께 살아왔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함께 늙어간다. 당신이라면, 아마도 내 말을 이해할 것이다.

 

p. 125.

아아 자고 싶어요. 그대로 엎드려, 나는 쥐 죽은 듯 눈을 감는다. 저는 쥡니다. 죽었습니다.

 

우리 언어가 이런식으로 표현가능하구나! 느낀 책이자 이런 삶도 진짜 있겠구나 싶은 책이다.

 

13. 1. 17.

둘러보면 여전히 물질과 물질과 물질과 물질과 물질과 물질과 물질과 물질과

물질과 물질과 물질과  물질 들로 이뤄진 세계지만,

지구라는 오븐은 실로 우리를 위해 예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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