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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억의 인류가 개인을 굽어보기엔 너무 많다, 박민규의 <핑퐁>책 2013. 1. 19. 13:07반응형
1. 11. - 1. 15.
박민규 - 핑퐁
60억의 인류는 생존중인가, 잔존 중인가.
인류가, 우리가,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밤 말을 듣지않은 쥐와 낮말을 듣지 않는 새처럼 먹고 살기 위하여 열심히 하는가. 단순한 생존과, 생명 유지와, 먹이를 위해 조건반사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우리가 태어난 이유일까? 핑퐁, 핑,퐁. 핑퐁.
작가의 말처럼 주변의 인간은 그렇게 잘못하지도 않고, 잘하지도 않는다. 그저 듀스포인트의 세계이다. 누군가는 독재정치로 수십만을 굶어죽이고, 또 다른이는 아프리카의 기아들을 위해 목숨 바쳐 구호활동을 한다. 다시 누군가는 삥을 뜯으며 건달로 살아가고 다른 이는 삥을 뜯기며 따로서 살아간다. 그러나 대다수는 이를 못본척하고. 핑, 퐁 핑퐁.
모두 자신의 판단에는 환경의 영향도 있고, 환경에 주관적인 해석과 객관적인 사실이 뒤섞이며 비빔밥 같기도 하며 개밥 같기도 한 결정을 내리곤 한ㄴ다. 이 결정을 잘못되었다고 말 할수 있을까? 핑····퐁.
그래서 우리는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사건의 원인이자 결과가 되는 것이고, 비빔밥, 혹은 개밥이자 그 재료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은 듀스 포인트다.
박민규 작가님의 책을 읽다보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먼저 내 삶의 방식이 옳은 것인가.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가 옳은가. 이 질문에 빠지면 더 깊은 미궁으로 들어간다. 왜 사는가? 삶의 이유·목적은 무엇인가? 내가 좋아하는 여성과 결혼하여 이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복덩어리들을 태어나게 하는 것. 그것이 내 삶의 목표인가. 이는 '인류'라는 종족의 목표이지 내 개인의 목표가 될 순 없지 않을까? 나라는 개인을 인류에 한정하여 묶어 생각할 수 있을까? 두 개의 귀, 하나의 코, 두 개의 눈, 하나의 입을 가진 60억 주의 하나로서, 하나니까 특별하고 다를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 내 목표는 무엇인가? 결국 무엇이 되고 싶은 걸까. 시나브로 세상을 어떻게 만들고 싶은건가.
책에서 무섭게 쏟아지는 서브들을 나는 23년간 가다듬은 자세로 어떻게 쳐내야 할까. 쳐낼 수 있을까?
최근 부대에서 재밌게 즐기고 있는 스포츠가 탁구이다. 핑퐁. 탁구채에 공이 부딪치는 소리, 그 공이 다시 탁구대에 부딪히는 소리, 다시 탁구채와 공이 만나는 소리. 이 소리를 들으면 경쾌하다고 느낄때가 많았다. 서로를 주고 받는다. 공이 움직이며 서로를 넘겨준다. 그래서 탁구를 치면 가까워지는 느낌이드는 것인가.
내가 근원적인, 근본적인 질문을 할 때의 참고가 될만한 내용이었다. 이런 사고를 할 수 있다니 대단하다. 이 책을 쉽게 추천하지 못하겠다. 작가의 폼이 너무나 완벽해서 헬리행성같은 서브에 독자들이 나뒹굴어 삶에 회의를 느낄지도 모를일이기에.
p. 23.
꿈이 있다면
평범하게 사는 것이다. 따 같은 거 당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다수인 척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게 전부다. 일정하게, 늘 적당한 순위를 유지하고, 또 인간인만큼 고민(개인적인)에 빠지거나 그것을 털어놓을 친구가 있고, 졸업을 하고, 눈에 띄지 않게 거리를 활보하거나 전철을 갈아타고, 노력하고, 근면하며, 무엇보다 여론을 따를 줄 알고, 듣고, 조성하고, 편한 사람으로 통하고, 적당한 직장이라도 얻게 되면 감사하고, 감사할 줄 알고, 이를테면 신앙을 가지거나, 우연히 홈쇼핑에서 정말 좋은 제품을 발견하기도 하고, 구매를 하고, 소비를 하고, 적당한 싯점에 면허를 따고, 어느날 들이닥친 귀중한 직장동료들에게 오분, 오분 만에 갈비찜을 대접할 줄 알고, 자네도 참, 해서 한번쯤은 모두를 만족시킬 줄 아는 그런 사람.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사람이 되면
행복할 수 있을까-?
p. 58.
아무렴. 어떠냐는 것이다. 누가 따를 당해도, 누가 자살을 해도, 누가 살해되거나 누가 잠적을 해도 - 실은 그것이 인류의 반응이다. 인류라는 전체가 개인을 굽어보기에는 개인이란 개체가 너무 많다. 비록 이상한 일이긴 해도 - 개인은 확실히 인류보다 많다, 다양하다.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한 사람의 인간은 그래서 분면 인류와는 전혀 다른 생물이다. 동떨어진 종種이다. 즉 누구도 자신의 일을 인류에게 통보하지 못한다. 할 수, 없다.
p. 114.
적응이 안돼요
다들 결국엔 자기 할 말만 하는 거잖아요
얘길 들어보면 누구도 틀렸다고는 할 수 없어요
왜 그럴까요, 왜 아무도 틀리지 않았는데 틀린 곳으로 가는 걸까요
내가 이렇게 사는 건 누구의 책임일까요
무엇보다-
그걸 용서할 수 없어요
60억이나 되는 인간들이 자신이 왜 사는지 아무도 모르는 채
살아가는 거잖아요
그걸 용서할 수가 없어요.
1. 15.
복통에 시달리며,
동시에 박민규식 사고에 빠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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