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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베크만의 「오베라는 남자」, 행동과 철칙책 2016. 1. 22. 15:28반응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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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베크만의 「오베라는 남자」
#0. 어느날 갑자기 학교 도서관에서 메일이 왔다. * 예약하신 도서가 도착하였습니다. 어라? 책을 예약한 기억이 없다. 아니다. 다시금 생각해보니 서점에 갔다가 어떤 책을 보고서, 전 세계적으로 열풍이 분다는 문구에 예약을 했던 것 같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잘 팔리는 책' 보다는 [스테디 셀러]가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믿는다. 시간과 시대를 관통하는 무언가가 있으리라. 그럼에도 이 책을 찾아보고 예약까지 한 것에는 책에 대한 어떤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일 터, 도서관에 가서 책을 대여하였다.
#1. 잘 짜여진 책이다. 궁금증을 유발하는 아이패드에서 시작하여 독자의 상상력이 개입한 열린 결말 보다는 작가의 창조력으로 글을 깔끔하게 맺는 것까지. 무엇보다도 책의 중심 서술자인 오베의 성격에 걸맞는 쌀쌀하지만 따뜻한, 경상도스러운 글의 어투가 마음에 들었다. 원작자인 프레드릭 베크만의 의도인지 혹은 번역자인 최민우님의 의도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러한 다정_무뚝뚝한 말투가 이 책이 베스트 셀러에 오를 수 있게 도운 큰 매력으로 생각된다.
예로
p.71
그는 몸무게가 심하게 많이 나가는 이웃집 젊은이가 구부정한 걸음걸이로 차고 앞을 지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오베가 뚱뚱한 사람들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절대 아니다. 사람들은 자기 마음에 드는 모습으로 살 수 있다. 그는 그저 뚱뚱한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을 뿐이었다. 그들이 어떻게 그렇게 살아가는지 헤아릴 수 없을 뿐이었다. 그들이 어떻게 그렇게 많이 먹을 수 있을까? 대체 어떻게 살았기에 2인분의 인간이 된 것일까? 아마 그렇게 된 데에도 모종의 결단이 필요했을 거라고 그는 생각했다.
#2. 싫어하진 않지만 이해할 수 없다. 오베는 이런 식으로 감정의 미묘한 차이를 뚜렷하게 구분하여 말한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그가 자신이 세운 약속[철칙]을 실천[행동]으로 보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책에서 오베는 *요즘 세상에는 말 뿐이지, 행동하는 사람이 없다. 라는 말을 자주한다. 그 말에 나를 돌아보았다.
뚜렷한 주관이 없는 나는 내/외부의 사건/행동들에 대하여 판단할 때 객관적인 지표보다는 주관적이고 상황에 맞는 임시방편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사건의 미묘한 차이를 구분하지 못할 뿐 만이 아니라 내 내부의 감정역시도 어디에서 기인하는 지 판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뒤늦은 아쉬움과 후회가 생기곤 한다. 행동하는 사람, 철칙이 있는 사람, 곤조가 있는 사람. 오베의 말 처럼 '이 세상엔 말言밖에 안남았'더라도 행行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3. 어떤 사람에 대한 내 판단과 다른 사람의 판단이 너무나도 다를 때가 있다. '그의 머리 속엔 언제나, 모두, 멋쟁이, 성공적'이라는 생각밖에 없어보이는 그가 올리는 SNS 게시물 댓글에 멋지다, 부럽다, 잘생겼다니 글이 달리는 모습을 보면 내 사는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잘못, 틀리거나 그릇되다는 말. 그 말을 내 삶에 적용시키고 나면 허무함과 무너지는 자존감밖에 남지 않는다.
그러나 저런 내 모습은 지독한 질투와 오만에서 시작한다. 그가 싫다고 그를 판단함에 있어서 그의 노력을 제외하면 안된다. 또한 그 사람처럼 되기 싫다는 마음에 잘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것 역시도 명백한 나의 미숙함이다. 판단은 판단일 따름이고 배워야 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자신이 세운 약속[철직]을 실천[행동]해야 한다. 그래. 일단, 내가 마음에 드는 모습으로 살기 위해서 살을 좀 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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