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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번 다른 느낌, 박민규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2013. 4. 2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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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5. - 4.16.

    박민규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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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11/12 - 박민규 -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2013/01/19 - 다시 삼미의 정신으로,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4월이 되고 마음이 많이 흔들렸다. 공부도, 편지도, 책도. 무엇에도 진득히 집중할 수 없었다. 3월 말에 읽은 「반고흐, 영혼의 편지」에서 독한 사람만이 성공을 하겠구나 - 라는 좌절감을 느낀 것도 있고 4월 초에 내 꿈이 무엇인지, 어떤 직업이 갖고 싶은지 모르겠어 울고 있다는 고등학생 동생에게 있는 마음 없는 마음, 진력을 다하여 편지를 보낸 것도 있다. 그러한 흐름 속에서 어느 정도 눈치는 챘다. 긍정적인 삶의 사이클이 정점을 찍었구나, 다시 흔들리는 시기가 오겠구나.

     2주 동안 많이 지쳤다. 피곤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멍- 했다. 동생이 가진 고민을 내 삶으로 깊이 이식해왔다.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내 삶의 존재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 나는 왜 사는가. 이 따위의 질문들, 고민들, 끝없는 답없는 명제에 또다시 흔들렸다. 삶이 어떠한 리듬에 맞추어 추는 춤이라면, 저따위의 질문들은 크레센도의 연속이라 리듬이 격해지고 흔들리게 한다. 온몸의 관절이 저리는 심장이 쿵쾅대는 춤을 끝끝내 계속해서 추고 또 춘다. 그리고는 지쳐 댄스홀에 멍하니 주저앉아 다른 이들이 추는 춤을 바라볼 수밖에 없게 한다. 그러한 비참함과 나는 안될 것이라는 좌절감을 주는 질문들. 언제나 내 자신을 무방비로 만들고야 마는 질문들.

     

     답이 없다.는 것을 알고, 느꼈고, 배웠고, 실천하는 중임에도 심지어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도 그렇게 적었거늘. 계속 반복되는지 모르겠다. 그저...동생에게 보낸 편지처럼 18살에 가지는 당연한 고민, 그리고 22살의 내가 가지는 당연한 고민이라고 치부하기엔 중요하고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문제였기 때문일까? 혹은 순간의 완성을 위해서는 전체적인 시간의 흐름을 조절하고 그에 맞게 힘을 가해야지 진정으로 순간이 완성되리라는 부담감 때문일까? 진정한 순간의 완성은 무엇일까. 고흐처럼 이성과 정신을 파괴하면서 지독하게 지속해야만 가능할까.

     

     글쎄, 모르겠다. 이것을 알기에 나는 어리고 세상을 모르고 물정도 모르고 인정도 모르고 모르는 게 많다.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만 알기에 태도를 결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제 무엇인가 선택을 할 시기이다. 그리고 그 선택에 생명을 부여해서 스스로 당위성과 목적의식을 녹여 내 삶과 같이 살아가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런 시기이다. 조금 했다가 죽이고 기껏 힘들여 태어났다가는 태어난 게 힘들어 지쳐 죽어버리는 시기는 아니란 것이다.

     

     이런저런 마음들 사이에 다시 삼미를 읽었다. 삼미를 내게 보내준 친구에게 편지를 쓰다가 언뜻 내 관점이 과거와 바뀌었다는 점을 느꼈다. 그 삼미스러운 삶. 우유배달만 하고도 그저 그럭저럭 먹고 사는 삶을 상상했던 나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치기 힘든 공은, 던질 수 없는 공을 건들지 않을 뿐 순간의 완성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삼미였다. 내가 생각해온 구舊 삼미는 루저의 삶이었다. 그리고 침체된 나 역시 루저였다. 그래서 흔들렸다.

     최근 들어 많이 느낀다. 하루가 정말 길다고. 주체할 수 없이 길다. 그러나 재미가 없다. 목적이 없으니까. 작가의 말처럼 T-Tiger Tank처럼, 우리는 고장 난 탱크이다. 탱크는 전후좌우 360˚ 공략과 이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로지 전진만 할 수 있다. 그래서 고장 난 것이다. 시야도 오로지 전진! 자신에게 맞는 목표도 없이, 자신에 맞는 방향도 없이 무작정 달리기만 한다. 쉴 줄도 알아야 하고 돌아볼 수도 있어야 하는데...그렇지 못하다. 책에서 가장 의미 있게 읽힌 부분이 이것이다.

    p. 262

     쉬지 않는다.

     쉬는 법이 없다.

     쉴 줄 모른다.

     그렇게 길러져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기른 자식들이 역시나 그들의 뒤를 잇는다.

     쉬지 않을수록

     쉬는 법이 없을수록

     쉴 줄 모를수록

     훌륭히, 잘 컸다는 얘기를 들을 것이다. 

     

     그저 훌륭히 잘 컸다. 그래서 철 늦은 방황과 고민에 훌륭하지 못한 내 모습이 싫다. 어떤 무엇도, 의미있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불안하다. 뒤쳐질까 봐. 어디를 다녀도 책 한 권, 공책 한 권은 반드시 가져가야 한다. 시간을 죽이지 않기 위해. 그러나 일상의 진득한 곳에서도 그 넘치는 시간 속에서는 아무것도 안 하는데.

     

     진짜 저자의 말처럼 삶은 삼천포에 있을지 모르겠다. 바쁘게 사는 인생, 그 속에 꽃이 필지도 모른다. 지금의 나는 과거처럼 삼미를 신앙처럼 생각하지 않는다. 잘 짜인 구조 속의 글로서 매혹적이게 보이는 것일 지도, 그래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내 삶의 한 가지 방법이라 생각한다.

    4.16.

    지속성...과 삼미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저자
    박민규 지음
    출판사
    한겨레신문사 | 2003-08-12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1983년 한해를 제외하고 만년 꼴찌였던 삼미 슈퍼스타즈를 모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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