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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성에 대한 통찰, 은희경 <비밀과 거짓말>
    2013. 3. 1.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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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18. - 2. 19.

    은희경 - 비밀과 거짓말

     

     

     

     

     

     

     

     

     

     

     은희경님다운 아름다움이 있지만 은희경답지않은 문체도 있었다. 그래서 새로웠다. <마지막 춤은 나와함께>와는 상당히 다르다. 개인적으로 은희경님은 여자 주인공만이 서술에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으나 남자 주인공도 좋다. 여자가 보는 남자를 알 수 있게 해준다.

     

     비밀과 거짓말. 둘은 비슷하면서 다르다. 비밀은 진실을 숨긴다는 점에서 거짓말과 유사하나 비밀은 드러내지 않는 것이고 거짓말은 다른 것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둘 모두 잔혹한 진실을 잠시 가려주는 수단이다. 제목을 보고 조금은 섬뜩했다. 도대체 숨겨진 진실이 무엇일까.

     

     스토리로 들어가기전에 나는 이 책의 주인공 <영준>에게 깊은 동질감을 느낀다. 삶의 태도나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같다. 은희경님은 빨리 철드는 것을 부정적으로 본다. 생각해보면 공지영님 역시도 빨리 철드는 것을 부정적으로 본다.

     

     p. 11. 그들은 초년의 나이에 부모 속을 어지간히 썩이는 바람에 일찍 철이 들어버린 지루한 사내의 눈을 하고 묵묵히 남은 시간을 살았다.

     

     일찍 철이 들면 세상이 지루해질까? 나는 성장이 빨랐다. 그래서 빨리 성숙해졌다. 나는 특히 지루함을 많이 느낀다. 일찍 철이 들어서효도를 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속을 썩이진 않았다. 부모님이 원하는 정도의 성적을 유지하며 살았다. 그래, 어렸을때부터 타인의 시선에 맞춰 살았다. 그래서 어떤 일의 원리에 접근하기보다는 사용법을 먼저 알아낸다. 사용법을 알면 사용하는 방법만 알 수 있다. 응용하고 적용하진 못한다. 결국 금세 지루해지고 만다. 그저 살아있으니까 사는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23살의 나이에 느낄일은 아니다. 절대 안되는 일이다. 다만 지독한 생각이든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게 아니지만 일찍 철들지 말 것이란 생각도 한다. 이런 생각 자체가 내가 철없음을 보여주는 단서일수도 있다. 영준 말고 영우 역시도 나를 비춰주는 거울이었다.

     

     고향과 아버지에 대한 소설이다. 소설에 등장인물도 많고 사건도 많아서 정리가 안되었다. 이 복잡함 속에서 책을 다시한번 읽자며 자리에 앉아 생각했다. "해설"에 있는 것처럼 한 사람의 인생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아버지와 고향>에 대한 이야기다.

     

     영준과 영우는 오해를 가지고 살아간다. 자신보다 상대방이 아버지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살아간다고, 그래서 끊임없이 아버지로부터 멀어지려고 하지만 결코 멀어질 수 없다. 형제간의 오해. 두려운 일이다. 많은 소설에서 아버지로부터 벗어나기를 이야기한다. 이 소설에서 처음으로 그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결코 아버지로부터 벗어날 수 없구나. 내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겠구나. 내가 모르는 취향과 습관들로부터 부모님의 영향이 컸던 고등학교나 여러가지 것들이.

     

     스토리는 진행되며 많은 복선들을 은밀하게 던질뿐더러 K읍이 어디일까? 그리고 시나리오는 어떻게 될까?라는 궁금증까지 여러가지 요소가 등장하며 손을 놓을 수 없도록 한다. 다만 글이 무거워서 읽는데 힘이든다. 마찬가지로 많은 등장인물이 나타나기에 집중하고 읽어야 마지막 갈등이 해소- 해소인가? 발생이겠지 - 되는 시점에 명쾌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은 다시 읽어야 한다.

     

     

    p 45. ···때때로 타인에 대한 거리와 방책을 잃어버리는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것은 고지식하거나 마음이 약하거나 또는 공사를 구별하는 공명정대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남의 불만을 사거나 비난을 받기 싫어하는 성격은 자신의 성적표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오랜 우등생 전력에서 비롯된 신경증일 뿐 상대를 위하는 마음은 아니었다.

     

    p. 174. 일찍부터 책이 쥐어졌으므로 다른 즐거움을 습득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영준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듯 학습을 통해서 모든 것을 얻는 것이 아니라 학습을 통하지 않고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었다. 할아버지나 아버지를 실망시켰을 경우 영준은 꾸중을 두려워하기 앞서 스스로 수치심을 느끼도록 교육받았다. 주목을 받는 사람에게 선망은 따르지만 자유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다. 스스로에게조차 자유로워질 수 없다. 타인의 시선에 길든 사람은 자신을 틀에 가두기 때문이다.

     

    p. 177. 아무것도 즐기지 못하고 아무것에도 집착이 없는 사람이 있다면 이유는 한 가지이다. 자기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그냥 하도록 되어 있어서 해왔던 모든 일들이 자신을 어디로 데려다놓았는지 영준은 똑똑히 보고 있었다. 만약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암 환자가 병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 조금 후 의사에게 어떻게 질문을 할 서인지 연습을 하고 있다면 얼마나 우습고도 끔찍한 인생인가, 비탄에 빠져 몸부림을쳐도 부족한 마당에 조리있고 교양 있는 환자라는 평판을 얻어 주위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면 말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그의 유일하고 절박한 관심사인 자신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울부짖는 것이 바로 그가 원하는 진정한 언어일 것이며 아무도 그런 무분별해질 수 있는 권리를 비난하지 못한다. 그러나 영준은 갑자기 엘리베이터에 갇힌다 해도 구조를 요청하는 방법을 찾기에 앞서, 공포에 질린 자신의 추한 모습이 카메라에 남지 않았을까를 먼저 생각하는 유형의 인간이었다. 여자와 자는 일에도 몸이 청결하고 주변이 조용하고 시간이 충분하다는 식으로 스스로가 준비된 상황에서만 뇌가 충동을 발신했다. 남의 관심을 당연하게 여겼지만 또한 자신이 그들의 기대를 감당하지 못하면 모두가 떠날 것이라고 믿고 있었으므로 그 기대를 끔찍하게 부담스러워했다. 한마디로 불우한 모범생이었다.

     

    p. 191. ···조금의 망설임이나 어긋남도 없이 앞뒤가 딱 들어맞는 것은 거짓말이기 쉽다. 완벽한 미모라면 성형미인일지도 모르고 기승전결이 완전한 스토리는 감동을 주지 못한다. 왜냐하면 인간이 불황전하게 창조된 존재이기 때문이다. 영준은 다시 한 번 머리를 욕조 속에 깊이 담갔고 물이 흘러내리는 얼굴을 꺼내 두 손으로 감싸쥐었다. 진실이란 대개 추악한 것이다. 그러므로 비밀이나 거짓말은 나약한 존재인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최후수단이다. 진실이라는 공의公義에 의해 쫓겨다니다가 마지막으로 도달하여 몸을 숨기는 막다른 골목의 어둠이라 할 수 있다.

     

     

     완벽한 이성으로 나의 상태를 분석한 글이다. 나를 아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들정도이다. 내가 느끼는 문제점이 사실은 보편적인 문제란 것도 느낀다. 이런 은희경님의 글을 보면 작가가 되고싶다. 이성으로 문제점과 고민을 풀어 사실 그건 모두의 고민이야-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특히 나같이 타인의 시선과 타인의 기준에 살아가는 사람은 고민도 말못하니. 그래서 그 기준과 시선을 녹여주고 싶다. 나 자신으로 살아가도록 만들고 싶다.

     

     

    2. 19.

    내 생각에는..곡성같아.


    비밀과 거짓말

    저자
    은희경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05-01-29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시종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해학적이고도 신랄하고 가차없는 문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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