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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흔들리는 것, 박민규의 <누런 강 배 한 척>책 2013. 2. 9. 10:03반응형
1. 29. - 1. 29.
박민규 - 누런 강 배 한 척(2007 이효석 문학상 수상 작품집)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2007에 실린 글이다. 개인적으로 박민규님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게되어 좋았다. 그의 가족이라든가, 울산 사람이었다는 거라던가. 「누런 강 배 한 척」. 이 소설은 박민규님이 써오던 소설과 사뭇 다르다. 글쎄. 분위기부터 다르다고 해야하나. 가벼운 느낌이 많이 사라졌다. 이야기를 진행하는 화자가 중년 남성이라 그럴테다. 지금까지 박민규님 소설은 모두 일인칭 시점으로 20대의 남성, 10대의 학생이 이야기를 진행했다. 이 소설은 중년 남성, 우리의 아버지들.
수상 후기를 보면 애초부터 아버지를 위해. 선물하는 글이었다. 그래서 아버지가 읽으먼 '아아-'하는 글을 쓰고싶었다고 한다. 그런측면에서 이 글은 목적을 달성한 듯 보인다. 이 소설을 읽어야겠다-고 결정한 것은 박민규님의 책을 인터넷으로 검색하다가 댓글을 읽은 뒤이다. (현재 어디갔는지 모르겠다.) - 60대 노년인데, 이 소설을 읽고 내 삶은 되돌아보게 되었다-는 글이었다. 도대체 어떤 글이길래. 누런 강 배 한 척. 도대체 박민규님의 소설은 재목으로 내용이 추리가 안된다는게 단점일까.
다 읽고 가슴이 아팠다. 라이트 한 방 없이 잽만으로 KO당했다. 몸이 저릿저릿하더라. 절로 부모님이 생각났다. 중년의 외로움. 특히 자식들의 무관심과 필요할 때만 찾는 모습. 인간관계 역시나 흐물흐물해져 필요에 따라 만나기만 하고 결국은 배 한 척처럼 누런 강위에서 흔들흔들거리며 살아간다. 흔들흔들... 물결에 따라. 조용하고 느리게, 그리고 홀로.
홀로. 그렇다. 인생을, 수많은 세월을 내려갔지만 여전히 홀로라니. 영원한 동반자라는 아내마저 치매에 걸려 화자는 이별여행을 떠난다. 수십년 살아온 세월처럼 인생의 마지막 한달이 흐르고 6개월간 모아온 수면제를 복용하려는 순간. 안마사가 등장한다. 그리고 치매 걸린 아내의 성욕. 냉장고의 맥주가 한 캔 더 남았다니 아무래도 화자는 더 살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다.
더 사는 것이 중요한 문제일까. 지금까지 박민규의 소설에는 '사는 것'자체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얼마나 살지, 누구와 살지.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살 것>이다. '프로'로 살텐가 '아마추어'로 살 것인가. 슈퍼하게 살 탠다 평범하게 살 탠가. 너구리가 될 것인가 사람으로 산 껀가. 여떻게 살텐가, 자네는? 한 사람으로 살 방법과 다수인 척 하는 방법으로 살텐가? 살, 텐가? 살아가겠는가? 살아...가겠느냐?
p. 23.
더는
살고 싶지 않은 것이다. 견디기 힘든 것은 고통이나 불편함이 아니다. 자식에게서 받는 소외감이나 배신감도 아니다. 이제 인생에 대해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는데, 이런 하루하루를 보내며 삼십 년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소소하고 뻔한, 괴롭고 슬픈 하루하루를 똑같은 속도로 더디게 견뎌야 하는 것이다. 인생을 알고 나면, 일생을 살아갈 힘을 잃게 된다. 몰라서 고생을 견디고, 몰라서 사랑을 하고, 몰라서 자식에 연연하고, 몰라서 열심히 살아온 것이다. 그리고 어디로 가는 걸까?
인간이란
천국에 들어서기엔 너무 민망하고 지옥에 떨어지기엔 너무 억울한 존재들이다. 실은 누구라도, 갈 곳이 없다는 얘기다. 연명延命의 불을 끄고 나면 모든 것이 선명해진다.
화자는 모든 것에 초연하다. 태연하다. 당당하다. 삶을 초월하였다. 이 대목에서 가슴이 뻥 뚤렸다. 우리 부모님도, 아빠도, 엄마도 그러지 않을까? 책에 나오는 자식새끼들과 내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박민규님 역시도.
p. 283
기억하는 모든 이들의 추억 속에서 아버지는 최고의 <댄디>였다···
그런 이유로, 말하자면 이 <댄디 박>을 위해, 나는 한 편의 소설을 쓰고 싶었다. 나 따위를 위해 주저 없이 댄디의 길을 접은 한 인간을 위해, 어떤 위로도 보상도 받지 못한 아버지란 생물을 위해서였다. 돌이켜보니 나는 그를 위해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었다. 빨대를 꽂고 수십년 아버지의 삶을 빨아먹고선 이제 와 고작 한 편의 소설을 건네주다니. 법을 모르긴 해도 이 정도면 형사 입건 대상은 아닌지 모르겠다.
'빨대는 꽂아 아버지의 삶을 빨아먹다'니. 너무 가슴이 아프지만 공감이 된다. 우리가 건너고 있는 누런 강의 배 한 척은 사실 보이지 않는 끈으로 부모님과 연결되있지 않을까? 흔들리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자신보다 빨리 강을 건너진 않을까 염려하며. 부모님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저녁에 전화를 드렸다. 오래 전화를 하고 싶은 마음이 전해지지만 혹여나 자식이 바쁠까봐 1분도 통화하시지 않고 끊으셨다.
부모의 마음을 알 수 있었던 소설이다. 모든 것에 초연하지만 결코 자식의 곁에 있는, 그래서 허무해보이기도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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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사랑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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