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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아 풍경아, 이병률의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한다>책 2013. 1. 26. 15:04반응형
1. 21. - 1. 25.
이병률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한다
여행을 다니는 시인이자 수필가인 이병률씨의 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한다」
시집을 읽으며 시인은 '인연'이라는 것을 소중하고 참된 것으로, 삶의 가치로서 생각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책을 쳘치자마자 보인다.
自序
인연에 대해 생각하다가
인연과 세원을 떠돌다가
인연과 세월과 풍경을 바라보는 시간까지왔다.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여전히 만져지지 않는 아름다움을
스침이 많아 상처가 된 내력들을
내려놓지 못하는 것이 어찌 시뿐이겠는가.
서자를 통해 알 수 있는 또다른 한가지. 바로 여행이다. 쉽게 말해 이 시집은 여행과 인연에 대해 말하고있다. 누군가 말했듯이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다지만 여행을 다니면서 우리는 옷이 닳을 정도로 많은 인연을 스쳐지나간다. 하지만 정말 인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
소외라는 감정은 신기하다. 우리는 가만히 있더라도 전체 인구수가 증가하면 이에 반비례하여 개인이 느끼는 소외감은 증가한다. 그리고 출퇴근 길에서 만나는 - 옷깃이 스칠뿐만이 아니라 - 서로 붙어서 지하철에서 지하철이 지하철로를 따라 흔들릴 때 - 서로 붙어서- 같이 흔들리며 어쩔 수 없이 머리냄세를 맡게 되기도 심지어 몸 돌릴 틈 없이 얼굴을 마주보고 몇 정거장은 이동해야 하는 끈적한 인연들에게 우리는 정체성을 숨기고 겉모습만 보여주며 소외감을 느낀다.
집에 혼자 있어도 외롭고, 타인과 함께 있어도 외롭다. 우리는, 적어도 시인만큼은 아니지만 인연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지 않았던가? 그리고 그 고독과 소외감을 여행으로 풀어볼까 고민을 해보지 않았던가. 이 시집의 출발선이 바로 이러한 고민들이다.
시집은 어렵지 않다, 만 이해가 쉽지 않다. 그래서 특별한 느낌은 잘 모르겠다, 만 자꾸 풍경이 그려진다. 상황이 그려진다. 목수가 못질하듯, 머릿속으로 쿵쿵쿵- 그래서 쏙쏙 들어온다. 어떤 것을 만지려는 것도, 얻으려는 것도, 보내려는 것도 아니다, 만 풍경이 그려진다. 시인은 당신을 어딘가로 보내려한다.
나는 <장도열차>를 타고 <별>과 <오래된 사원>이 보이는 곳으로 왔다. 당신을 어디로 가려 하는가? 시의 중간 중간에 숨어있는 화자를 따라 어떤 풍경을 볼 것인가?
장도열차
대륙에 사는 사람들은 긴 시간 동안 열차를 타야한다
그래서 그들은 만나고 싶은 사람이나 친척들을 아주 잠깐이나마
열차가 쉬어가는 역에서 만난다
그리고 그렇게 만나면서 사람들이 우는 모습을
나는 여러 번 목격했다
이번 어느 가을날,
저는 열차를 타고
당신이 사는 델 지나친다고 편지를 띄웠습니다
5시 59분에 도착했다가
6시 14분에 발차합니다
하지만 플랫폼에 나오지 않았더군요
당신을 찾느나 차창 밖으로 목을 뺀 십오 분 사이
겨울이 왔고
가을은 저울 대로 저물어
지산의 바닥까지 어둑어둑했습니다
별
면아 네 잘못을 용서하기로 했다
어느 날 문자메세지 하나가 도착한다
내가 아는 사람의 것이 아닌 잘못 보내진 메세지
누가 누구를 용서한다는데
한낮에 장작불 타듯 저녁 하늘이 번지더니
왜 내 마음에 별이 돋는가
왈칵 한 가슴이 한 가슴을 끌어안는 용서를 훔쳐보다가
왈칵 한 가슴이 한 가슴을 후려치는 불꽃을 지켜보다가
눈가가 다 뜨거워진다
이게 아닌데 소식을 받아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닌데
어찌할까 망설이다 발신번호로 문자를 보낸다
제가 아닙니다 제가 아니란 말입니다
이번엔 제대로 보냈을까
아니면 이전의 심장으로 싸늘히 되돌아가
용서를 거두고 있진 않을 것인가
별이 쏟아낸 불똥을 치우느라
뜨거워진 눈가를 문지르다
창자 속으로 무섭게 흘러가는 고요에게 묻는다
정녕 나도 누군가에게 용서받을 일은 없는가
오래된 사원
나무뿌리가 사원을 감싸고 있다
무서운 기세로 사람 다니는 길마저 막았다
뿌리를 하나씩 자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원의 벽돌이 하나씩 무너져내렸다
곧 뿌리 자르는 일을 그만두었다
오래 걸려 나를 다 치우고 나면 무엇 먼저 무너져내릴 것인가
나는 그것이 두려워 여태 이 벽돌 한 장을 나에게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1. 25.
나는 당신에게 가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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