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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따스한 위로는 믿음(방목), 은희경님의 <소년을 위로해줘>책 2013. 3. 16. 19:26반응형
3. 14. - 3. 15.
은희경 - 소년을 위로해줘
세상의 어떤 소녀이든 소년이든 느꼈을 사춘기 시절의 마음과 처음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의 설렘, 조심스러움, 그리고 의심이 담겨있는 책이다. 또한 어른이라는 기성 세대에 반발을 표하며 성적보다야 진짜 자신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성장 소설.
은희경 작가님의 책은 마이너함, 그 애매한 감정의 순간들을 정확히 포착한다. 같이 책을 읽은 후임에게 이 책에서 무엇을 느꼈냐고 물으니
- 성장소설인 것 같습니다. 완득이보다 감정 묘사가 좀 더 섬세할 뿐, 특별히 무엇을 이야기 하려는지 모르겠습니다.
나 역시도. 무엇을 위해 작가가 이 글을 썼는가 파악이 안된다. 정말 이 세상 소년을 위로하기 위해 긴 소설을 쓴 것일까? 아마도 그런것같다.
다만 주인공 '연우'는 너무 성숙하다. 어린애처럼 보이는 묘사도 있지만, 고등학생 차원의 사고 수준은 아닌 것 같다. 가장 환경에 의해 스스로 선택/결정하는 것에 익숙해졌을지도 모르지. 세상에는 수 많은 인간형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상과 유사한 인물이 세계 어느 곳에는 존재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연우같은 아이와 민아씨같은 부모님도 있을테지.
「소년을 위로해줘」는 은희경님 책 중에 가장 읽고싶었던 책이다. 가장 먼저 접한 책인 「생각의 일요일들」에 「소년을 위로해줘」가 자주 등장했기 때문. 당시에 주옥같은 말도 많고 아직은 소년이라고 생각하는 내게 배울 거리를 많이 주리라 느꼈다. 기대에 못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맛있게 읽으려고 가슴속에 다섯 달 가량 품었는데, 허기져서 그런지 배가 부르지 않다.
14일 밤에는 이 책에 대해 계속 생각하다가 '공지영'작가님의 글과 어딘가 비슷하게 느껴졌다. 「즐거운 우리집」의 주인공 딸과 이 책의 연우. 그리고 그들의 부모님들. 깨어있는 젊은 이혼한 싱글맘. 자녀와 친구처럼 지내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다. 그러나 반면에 부정적으로 보이기도 하더라. 실제로 저런 가정이 얼마나될까? 먹고 살기도 바쁠텐데 아이들을 저렇게 챙겨 주는것이야 말로 소설이 아닐까? 이혼한 작가들의 변명이 아닐까, 특히 자신의 자식들에 대하여.
결말을 이야기의 첫 부분에 넣어두기에 읽으며 퍼즐을 조립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야기가 진행되어 감정이 바뀌고, 계절이 바뀌며 '그래서 저렇게 되겠구나'라며 리듬을 잡아두었다. 알고 있는 결말이어서 읽는 내내 터지리란 것을 마음 조리며 읽었다.
책에서 소년을 위로하는 최선은 방법은 '신민아식 교육법'이다. 즉 방목인데, 위기 상황에만 도와주는 것이다. 이는 믿음과 사랑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나 역시도 가슴에 남은 최고의 위로가 있다.
- 내 안목은 정확한데, 너는 멋진 남자가 될꺼야!
이 짧은 한마디이다. 어떻게보면 식은 커피같은, 늦은 봄눈같은 위로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이 등 뒤에 감춘 작은 꽃다발처럼 내 세상을 바꿀수있는 위로이다.
(* 가을방학 - 나비가 앉은자리)
저 말에는 가타부타 토를 달지 않았다. 설명도 없었다. 그저 저 한마디였다. 나는 우유부단하고, 연락도 하고싶을때만 하며, 실행력이 부족하고, 나만 생각하거나 남만 생각해서 둘 모두를 동시에 바라볼 줄 모르는 어린애인데, 어려운 일이나 격렬한 감정이 다가오는게 두려워 잠으로 회피하고, 상대의 호감을 받기 위해 친절한 척하고 웃음을 주는 용기없는 사내인걸. 그럼에도 저 한 마디, 믿음이란 원자로 구성된 저 위로가 내 가슴을 뜨겁게 만들어주었다. 내 세상을 바꾸어주었다. 그 사람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나는 멋진 남자가 될 수 밖에.
위로란 것은 어렵지 않을지 모른다. 작가는 그것을 말하려고 하는지 모른다. 머릿속에 생각이 많고 느끼는 것도 많지만 표현방법을 몰라 말하지 못하는 아이들. 소년들과 소녀들. 그들에게 천마디 말보다는 그저 '믿는다.' 한마디. '너는 멋진 사람이 될 거야!;라는 신뢰면 충분하지 않을까. 신민아씨처럼.
p. 81. 절제란 안 하는 것만 뜻하는 게 아냐. 심리학에서는, 재미있어도 그만둘 줄 아는 힘, 귀찮아도 힘들어도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절제라고 말하거든.
p. 103. 태수가 채영의 손을 잡아끌어 손바닥에 뭔가 적어주던 모습이 왜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걸까. 내가 그때 어떻게 해야 했었는지, 왜 그런 생각이 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걸까. 왜 나를 꼭 무슨 결심을 해야만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거지? 내가 뭘 원하는지 알고는 있는거야? 다른 사람에게 간단한 문제가 왜 나에게는 어려운 걸까. 지금 나는 변명을 하고 싶은 걸까, 아니면 후회를 하고 있는 걸까. 나라는 녀석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대체 어디까지 용기를 낼 수 있을까. 소유하기 어렵다고 생각되면 지레 포기하면서 마치 원하지 않은 척 허세를 부려온 건 아닐까.··· 미리 포기했을 뿐 갖고 싶지 않았던 건 아니었던 게냐, 강연우?
p. 140. 각자 너무나 다른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사람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그런데도 가까이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너무 쉽게 제멋대로 결론은 내버린다. 미리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한 뭘 해도 관계는 바뀌지 않는다. 미리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한 뭘 해도 관계는 바뀌지 않는다. 그래놓고는 가상의 공간에 들어가 새로운 친구를 찾고 일촌을 맺고 그리고 차단에, 친구 삭제···
p. 260. 그래, 민아씨가 말할 기회를 안 주니까. 그러니까 뭐냐면, 나에 대해 설명할 말은 점점 늘어나서 머리가 터질 것 같은데 말야. 표현하려고 하면 절대로 할 수가 없는거지. 말이란 그런거야.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건 부조리란 개념하고 통해.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는데 일은 잘못돼 있는 거야. 설명하려고 애쓸수록 오해는 깊어지고, 바로 눈앞에 있는 것 같은데도 도달할 수는 없어. 그리고 말야, 이제 달리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는데고, 최후에 남는 건 절망이 아니야. 미련이라는 이름의 희망인 거지.
p. 281. 내 인생에서 가장 남자다웠던 일은 회사 안 들어간 거라고 생각했어. 용기가 필요했으니까. 근데 실은 그거 역시도 책임 회피였어. 경쟁에서 살아남을 자신이 없었던 거지. 회수버스를 탔을 때도 말야, 다행이다 싶더라구. 솔찍히, 낙오자로 분류돼서 편하게 가고 싶더라니까. 나는 그게 체질에 맞아. 남자답지 못한 놈이지. 한국사회의 열등아. 이단아인 척하지만 그건 못 돼. 난 그런 인간이야.
p. 482. G-그리핀을 처음 듣던 날 나는 나답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했다. 그런 것이 나를 어딘가로 끌고 가는 운명일까, 특별한 날이었을까···. 요즘은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나다운 게 뭐야, 새로운 나다움을 내가 만들어가는 거겠지. 매일 모습이 변해가는 달과 매일 새로 떠올랐다가 지는 해가 시간이 흐르는 것을,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잖아. 움직임 속에 삶이 있어. 내가 매순간 새롭게 써나가는 노래 가사들처럼.
3. 15.
우리 각자는 누디진이다.
삶의 방식에 따른 태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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