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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아가는 것은 나란히 달리는 것이다, 정호승의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2012. 12. 3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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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저자
    정호승 지음
    출판사
    열림원 | 2011-01-2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첨성대가 당선되며 문단에 나온...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12.12.24.-12.12.28.

    정호승 -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어느날 문득 시집을 사서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검색해보고 제목이 마음에 드는 시집 7권을 주문했다. 그리고 7권이 시집이 도착했다. 매우 차가운, 날 것의 책이었다. 책도 이렇게 차가울 수 있구나, 추웠겠구나. 한 번에 이렇게 많은 책을 산 것도 처음이고, 그 모든 것이 시집인 것은 나를 설래게 만든다.

    이렇게 차가운 시집들 속에 내 가슴을 따뜻하게 녹여줄 아이들이 있으리라. 그래서 내 뜨거운 손으로 책을 녹여주었다.

    중간에 포기 않고 읽으리. 무엇을 말하려는지 집중해서, 아니 빠져서 읽으리라.짧지만, 그 밀도만큼은 거대한 시처럼, 나도 작지만 큰 사람이 되고 싶다.

    12.7.

     

    시집을 구매하고 받은 날의 기분을 적은 글이다. 이 책은 제목 자체로 위로가 된다. 보통 시집 중 대표적인 시의 제목을 넣는다고 생각해서 시를 찾아보았더니 없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시집을 어찌 읽을가 고민했다. 짧지만 밀도가 높은 글이니 하루만에 다 읽을수도 있겠군. 그러면 시를 100% 못 느낄 것 같은데···. 음, 그러면 하루 20page씩 읽고 그 중 인상 깊은 시는 다시보고 한 편 정도는 외워보자!라고 결정했다. 그래서 5일간은 책을 읽으면서 위로받고 따뜻해지는 경험도 했다.

    하루에 20page. 정말 감칠맛났다. 더 읽고 싶은 욕구를 참기 힘들 정도로. 그 정도로 좋은 시들이 많았고 공감을 형성해서 나를 되돌아보도록 만들어주었다.

     

    정호승시인의 시에는 '바다, 사람, 철도, 햇살, 달팽이, 나무'등의 소재들이 반복되어 등장하여 깨끗하고 맑은 느낌을 준다. 특히 철도에 대한 비유들이 가슴에 와닿는다. 제목인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우리가 외로운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우리는 합일되기를 지향하기보다는 철도처럼 나란히 달리기를 지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p. 19 정동진

    ···

    기차가 밤을 다하여 달려올 수 있었던 것은 

    서로 평행을 이루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우리 굳이 하나가 되기 위하여 노력하기보다

    평행을 이루어 우리의 기차를 달리게 해야 한다.

    ··· 

     

    맞는 말이다. 아직 나는 사람은 외로울 수 밖에 없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타인과 함께 있더라도 느껴지는 고독감과 외로움. 가끔씩 느껴지는 절대적인 외로움이 해소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상실의 시대>를 통해서 타인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사랑하는 것이라고 배웠다. 그래서 타인의 절대적인 외로움을 이해해주는 것이 사랑이 아닐까?

     

    p. 38 수선화에게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을 전화를 기다리지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엔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이 시가 이 시집의 대표작인가보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모두가 한번은 경험해보았을, 절대적인 지독한 외로움. 너무 지독해서 도저히 눈뜨고 있을 수 없어 꿈속의 사람들을 찾게 만드는 외로움. 모두 이런 감정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외로움으로 인해 외롭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외로움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살아간다. 우리는 살아있는 존재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이 시를 통해서 많이 차분해진 것 같다. 외로움에 대해 어느정도 인정을 하게되고 더불어 타인의 외로움마저 감싸줄 수 있게 된 것 같다. 사실 12월이 되면서 부쩍이나 외로웠었다. 타인과의 관계보다는 개인적인 중심잡기의 문제였다. 나와, 타인, 그리고 자아 이 것들간에 무게 중심이 잠시 흔들리면서 셋 모두와 함께 있지만, 함께 있어서 더욱 외로웠던것 같다. 지금은 다시 균형잡기에 돌입했다.

     

    이 시집에는 개인적으로 8편의 시가 마음에 들었다. 가슴에 울림을 주는 시. 특히 한 편을 외워야겠다고 다짐했는데, 길이도 적당하면서 울림도 가장 큰 시였다.

    p. 13 꽃 지는 저녁

    꽃이 진다고 아예 다 지나

    꽃이 진다고 전화도 없나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지는 꽃의 마음을 아는 이가

    꽃이 진다고 저만 슬프나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꽃 지는 저녁에는 배도 고파라

     

    지는 꽃의 마음은 무엇일까? 이 삶의 끝, 죽음이 임박한 슬픔일까?

    한 평생 한 송이의 꽃이라도 피운 뿌듯함일까?

    저 혼자만 지는 꽃이라 느끼며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 지는 꽃의 마음인가.

    아-, 꽃이 지는 것은 이별, 사랑이 지는 것을 말하는가 싶기도 하다.

    이별을 해도, 그 감정에 취해도 배는 고프다. 우리는 살아있는 존재니까.

    살아있으니까 배고프고, 사람이니까 외롭다.

     

    2012. 12. 29.

    외로움을 견디며 살아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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