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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범선과 양반들 정규 3집, 방랑가
    음악 2017. 12. 22.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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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범선과 양반들 정규 3집, 방랑가 엘범아트

    12월 4주의 두 번째 엘범, 전범선과 양반들 정규 3집, 방랑가


    어제 글을 쓰고서 잠들기 전 유투브를 보던 와중에, 오랜만에 전범선과 양반들의 노래를 듣게되었다. 전범선과 양반들의 노래 중, `15년 한국 최고의 록으로 선정된 '아래로부터 혁명'보다는 마음에서 녹아드는 설래임, 사랑가 그리고 칠석이 좋았는데, 이번 앨범은 다르다. 조금 더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게 만들고 심장을 뛰게 만드는 음악이 훨씬 다가오는 앨범이다.


    보컬의 친한 친구인 아무개가 정규 3집 앨범에 써준 글이 이 밴드를 소개함에 있어서 가장 재미있고 이해도가 높을 것 같아 아래와 같이 첨부한다.


    ####

    전범선과 양반들 제3집 《방랑가》에 부쳐.


    범선이 병신년(2016년) 입동 무렵 마지막 잔치판 “모든 것으로부터의 자유”를 벌이고 홀연히 사라진 지가 어느새 일 년이 되었다. 잔치가 끝나자마자 범선은 ‘양반들’과 나를 비롯해 가까운 벗 몇몇만 조용히 불러 이르기를,


    “내가 이제 곧 서울을 떠나야겠네. 앞으로 두 해 동안은 돌아오기가 어려울 것 같으니 자네들은 각자 살 길을 꾀하게.”


    하였다. 며칠 후 범선의 집을 찾아가보니 그의 집은 흔적도 없이 비어있고 다만 입영 통지서만이 방 한가운데 놓여있었다. 그로부터 한 해가 지나도록 나는 범선 그리고 양반들을 거의 잊고 지냈다. 범선은 가끔 잊을 것 같으면 전보를 부쳐 살아있음만 겨우 알렸다.


    올 입동이 막 지났을 무렵 양반들에게서 기별이 왔다. 양반들은 그 사이 범선이 남기고 간 흔적을 더듬어 새로운 판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들이 내민 것은 기어코 완성된 음반 《방랑가》였다. 이 판을 나에게 맡기며 세상에 알려달라고 청했다. 이에 글을 지어 범선과 양반들의 뜻과 음악을 다시 한번 세상에 전하고자 하노라.


    내가 범선을 안지는 오래되었으나 그가 남들 앞에서 제 곡조를 펼치기 시작한 것은 기축년(2009년)이었다. 그 무렵 범선은 별다른 악단 없이 강원 첩첩산중에 거처를 마련하고 홀로 기타를 퉁기고 노래했다. 이때 범선은 〈설레임〉을 막 지어 부르던 어린 소년이었다. 곧 강원을 떠나 미 대륙을 방랑하며 노래를 지어온 범선이 돌아온 것이 계사년(2013년) 여름이었다. 노래할 자리를 찾아 마포나루를 기웃거리던 범선이 장안을 수소문하여 줄 좀 퉁기는 자들과 북 좀 두들기는 자를 모아 꾸린 악단이 ‘전범선과 양반들’이었다.


    범선은 양반의 풍류는 곧 사랑 타령이라고 했다. 갑오년(2014년) 여름 내어놓은 《사랑가》는 아니나다를까 낯 뜨거운 운우의 정을 가감없이 풀어낸 문제작이었다. ‘명월’을 향한 애달픈 사랑의 곡조는 여염의 청춘을 울리기 충분했다. 그러나 범선의 방랑벽은 그칠 줄을 몰랐다.


    다시 한번 모습을 감춘 범선은 한 해가 꼬박 지나고서야 나타나 양반들을 다시 그러모았다. 이번에 그의 손에는 한 장의 포고문이 들려있었다.


    “자, 한 번 엎어 보자!”


    범선은 북채를 높이 치켜들고 《혁명가》를 불렀다. 수많은 대중이 그의 앞장섬에 뒤따랐다. 음악 좀 듣는다 하는 선비들은 범선과 양반들의 혁명적인 가락을 높이 샀다. 〈아래로부터의 혁명〉은 그해 최고의 록 노래로 꼽혔다.


    양반들은 달리는 혁명의 말에 뜨거운 채찍을 가하고 싶었다. 하지만 범선의 운명은 그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그는 또 다시 모습을 감추고 방랑길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두 해를 기약했다. 양반들은 의견이 분분했다.


    “그가 돌아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

    “이 년을 무작정 기다릴 수만은 없다.”


    기타를 집어들고 떠나버리는 양반도 있었고, 범선과 양반들의 명성을 듣고 새로 찾아오는 양반도 있었다. 범선은 간혹 아무도 모르게 뱅뱅사거리 집에 들렀다. 양반들이 급히 소식을 듣고 달려왔을 때 범선은 매번 곡조만을 남겨두고 이미 떠나고 없었다. 양반들은 이 곡조를 모으고 다듬어 《방랑가》를 엮었다.


    《방랑가》는 《사랑가》와도 다르고 《혁명가》와도 다르다. 달 어두운 밤에 속삭이는 사랑의 노래도 아니고, 광장에 사람을 모아놓고 외치는 혁명의 노래도 아니다. 《방랑가》는 짝도 동지도 없이 홀로 방랑하는 나그네의 기록이다.


    나그네는 전국팔도의 떠들썩한 장터와 고요한 산중에서 곡을 얻어왔다. 봉산탈춤 추던 먹중의 말을 노래 삼았고, 나도향의 소설과 이쾌대의 그림에 감응하기도 했다. 김성동을 읽고는 〈만다라〉를 읊으며 목탁을 치더니 정호승을 읽고는 이내 십자가를 진 〈서울의 예수〉를 노래한다. 하지만 그 가운데 어느 하나도 나그네를 묶어 가두지는 못한다. 태평하게 여인과 입 맞추어 〈늴리리야〉를 부르는 것도 잠시, 가는 곳마다 〈고별〉을 이를 수밖에 없는 것이 그의 명이다.


    노래를 받치는 양반들의 가락은 거칠고 날카롭다. 분명 한 줄기인 듯하나 곡마다 가지를 치는 태는 다른 것이 마치 이곳 저곳을 떠도는 나그네의 발걸음과도 같다. 〈지화자〉와 〈뱅뱅사거리〉 오음계의 뿌리는 미국 남부의 목화 농장인지 조선 농부들이 모심던 논인지 딱 잘라 말하기가 쉽지 않다. 〈물레방아〉의 일그러진 기타는 “록-큰롤은 섹스이노라” 가르치던 옛 선현의 소리를 닮았다. 그런가하면 〈고별〉을 보건대 양반의 풍류가 그간의 노래들과 아주 달라지지만은 않은 듯 하다.


    범선이 방랑하며 노래하는 까닭은 나도, 양반들도, 어쩌면 범선도 알지 못한다. 《방랑가》는 아마 그 답을 얻기 위한 구도의 부산물이리라.


    범선은 아직 소요산 자락에서 머리를 민 채 곡을 쓰며 은거하고 있다.


    정유년(2017년) 겨울

    전범선과 양반들의 오랜 벗 아무개 씀.


    전범선과 양반들 - 방랑가


    1. 지화자 (Jihwaja)

    2. 나그네 (Vagabond)

    3. 물레방아 (Water Wheel)

    4. 뱅뱅사거리 (Bang Bang Circus)

    5. 만다라 (Mandala, 曼茶羅)

    6. 서울의 예수 (Jesus of Seoul)

    7. 이쾌대 (Lee Quede, 李快大)

    8. 늴리리야 (Niliria) feat. 안예은 (An Ye Eun)

    9. 고별 (Farewell, 告別)


    작사 작곡 제작 전범선

    편곡 전범선과 양반들 (이쾌대 prod. nunchi)


    노래 전범선, 안예은 (늴리리야)

    기타 최현규, 이상규 (뱅뱅사거리), 전범선

    베이스 전범선, 이상규 (지화자)

    타악기 김보종

    건반 김현석, 이지훈 (뱅뱅사거리)

    코러스 초영 (서울의 예수), 나동민 (지화자)

    태평소 이규태


    녹음기사 허정욱, 강은구, 신홍재, 은강인, 김보종

    녹음실 석기시대 녹음실, 폰드 사운드, 벨벳 스튜디오, 스튜디오 아크

    믹싱 고현정

    마스터링 브라이언 루시


    디어뮤즈먼츠, 닥터심슨컴퍼니


    대표 최찬영

    가수 관리 강민구, 김범수

    제작 관리 마선생

    전략 담당 김바로

    미술 유새롬

    법무 이유진

    회계 차혜미 

    ####


    나도 갔었던, 논산훈련소 앞에서 그의 사진. 나그네MV에서 입고 있는 복장이랑 똑같은거 같은데?
    출처 : 지니, 가둘 수 없는 로큰롤 나그네, '전범선과 양반들' 정규 3집 [방랑가]

    음, 방랑가라는 제목이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이든게 군대에 잇는 2년이라는 시간은 정말 시야가 많이 바뀌는 계기가 된다. 따듯한 집을 떠나, 세상을 방랑하는 첫 걸음이랄까? 그런 그의 상황을 이해하고 앨범을 들으니 느낌이 또 다르더라.

    전범선과 양반들 정규 3집, 방랑가 타이틀 '나그네'

     

    이번 엘범의 타이틀곡, 나그네! 처음 들었을 때는 임펙트가 크게 없었고, MV에 보컬이 입고 있는 복장이 더 눈에 띄더라. 심플하고 클래식한 저런 복장을 잘 소화할 수 있다니ㅋㅋㅋㅋㅋㅋ그리고 오늘 포스팅하며 다시 듣는데, 이 노래 생각보다 중독성이 있다. 좋아 훌륭해.

    그리고 사실, 이번 포스팅을 급 결심하게 된 계기는 따로있다. 바로 '뱅뱅사거리'라는 노래.


    전범선과 양반들 정규 3집, 방랑가 4번 트랙 '뱅뱅사거리'

    (처음에 이상한 광고가 나옵니다..)


    뱅뱅사거리! 아 내가 한 때 살기도 하였던 거리이자, 난생처음 서울과 타향살이의 외로움을 느끼게 해 준 거리. 그 사거리를 제목으로 한 노래인데, 엄청 강렬하다. ㅋㅋㅋㅋㅋ시작부터 등장하는 태평소소리부터, 조선 땅에서 태어나 상놈으로 살기싫어~~ 라는 가사까지! 와 내가 원하는 노래다 라는 느낌이 들어 어제부터 하루종일 듣고있다. 

    먼저 이 노래가 방랑가에서 가장 좋은 첫 번째 이유는 위에서 말했다싶이, 슬프지만 내 추억이 잠든 장소를 소재로 삼은 점이다. 다음으로는 강렬하고도 통쾌한 가사! 흙수저니 금수저니 하는 소재로 한참 말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상놈'이라는 계층이 어디에 위치하고 있을까?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탈출하고 싶겠지. ㅈ이나 뱅뱅치면서, 가뜩이나 반쪽짜리 섬에서 반으로 쪼개진 ㅈ만한 땅에서 부대끼면서 살고 있으면서. 뱅뱅 사거리 뱅뱅~~~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범선의 심정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음악인 것 같아서 너무 좋다. 가사에서 나오는 과거에 급제했다는 표현, 보컨 전범선은 민사고를 나와, 영국 옥스포드 석사학까지 수료한 엘리트 중의 엘리트이다. 훈장질로 나라를 구하기는 커녕, 자기 자신도 구하기도 바쁘기도 바쁜 세상이라는 표현까지. 대뷔초에는 아직 음악으로 먹고살 수 없어서 수업을 했다는 그의 경험담을 비추어봤을 때, 정말로 ㅈ이나 뱅뱅이겠구나 생각이 들더라.


    어쩌면, 내가 살다보니 이런 세상에 익숙해지고 불편도 익숙해지고 내 처지도 익숙해지고 내 삶도 익숙해지고, 사회의 수많은 톱니바퀴 중에 하나로서 아무 걱정없이 뱅뱅 돌고있는 나를 다시 생각하게 해줘서 가장 좋은 음악으로 생각된 건 아닐까?


    내일도 난 뱅뱅 돌러 간다. '나'보다는 '팀원'으로써 해야할 일이 많은 직장으로. 그래도 나를 지우기보다는 더욱 발전하고 남에게 따듯해질 수 있는 내가 되어보자!



    참고할 만한 각종 인터뷰

    1. 지니 : https://www.genie.co.kr/magazine/subMain?ctid=1&mgz_seq=4297

    2. 대학내일 : https://univ20.com/36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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