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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줄리아 하트(Julia hart) 정규 6집, 서교역
    음악 2017. 12. 28.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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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리아 하트(Julia hart) 정규 6집, 서교역 앨범아트
    12월 5주의 첫 번째 엘범, 줄리아 하트(Julia hart) 정규 6집, 서교역

    줄리아 하트, 많은 사람들이 가을방학이 부른 가끔 미치도록 널 안고 싶을 때가 있어'를 알고 있을텐데, 줄리아 하트의 '정바비'가 만든 노래를 
    가을방학이 다시 부른 노래이다. 그렇다. 이들의 가사는 매우 센티맨탈하고, 가사를 감싸는 멜로디 역시도 우리의 감성으로 파고든다. 아주 마약같은 노래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잘 들어지지 않아서 거리를 두다가 이번 정규 6집 서교역은 왠지 모르게 계속 듣게 된다. 가사가 무슨 의미일까,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어떤 음악이든 타이틀 곡을 그렇게 선호하지는 않는데, 이 앨범의 킬링 컨텐츠는 1번(미래), 2번(서교역) 트랙이다.


    줄리아 하트(Julia hart) 정규 6, 서교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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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리아 하트(Julia hart) 정규 6집, 트랙리스트


    줄리아 하트(Julia hart) 정규 6집, 서교역


    사실,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는 단순히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 좋은 음악이었는데 찾아보며 엘범에 적힌 에세이를 읽고서 음악이 마음으로 들어오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사택 역시도, 나의 집도 아니고 우리의 집도 아닌, 누구의 집도 아닌 모호한 공간이다. 가끔은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연고도 그리고 친척도 하나 없는 쓸쓸한 공간에서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을 하곤 하지...내가 바라보는 은아아파트의 불빛들과 상남동의 화려만 모습들이 정바비가 포항의 드문드문한 그 불빛이 주는 감흥과 비슷하지 않을까?

    이번 포스팅은, 그 에세이로 마무리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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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에 들어오는 글에 임의로 볼드체 처리하였습니다.)

    줄리아 하트 [서교]의 보도자료 및 소개글은 정바비의 다음 에세이로 대체합니다.

    무척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작하자. 어렸을 때 나는 포항에 3년간 산 적이 있다. 유년기에서 사춘기로 접어들 무렵까지, 음악 취향으로는 아메리칸 탑40에서 하드 록으로 막 넘어가던 시절이다. 포항 시절을 돌이켜볼 때 가장 선명하게 떠오르는 기억은 고속도로를 지나 인터체인지로 접어들던 순간이다. 정확히는, 주말 나들이를 마친 가족이 포항 시계(市界)를 지나쳐갈 무렵 그곳에 있던 아파트들과 연립주택들의 드문드문한 불빛들이 주던 감흥이다.

    그 인적들은 항상, 예외 없이 나를 슬프게 만들었다.

    어린 시절 내가 갖고 있던 정서 중 많은 것들은 사라졌고, 어떤 것들은 나와 마찬가지로 칙칙한 어른 남자가 되었으며, 또 다른 것들은 빛바랜 사진 속에서 똬리를 틀고서 이따금 서랍 정리를 하는 나를 놀라게 한다. 그렇지만 포항 인터체인지의 사람 사는 불빛은 어렸을 때와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나를 슬프게 만든다. 그저 차를 타고 지나쳐갈 뿐 평생 거닐어볼 일 없을 동네의 불빛이, 널어놓은 빨래가, 음식 차리는 기척이 왜 그와 같은 비애감을 주는지 13살의 나는 알지 못했다.

    이제 나는 13살을 3번 살았으며 그 슬픔의 정체에 대해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내가 느낀 감정을 남에게 전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서교]에 실린 노래들이 바로 그런 시도의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물론 전혀 다른 감정이나 생각을 불러일으키더라도 괜찮다. 이는 노래의 좋은 점이니까). 요컨대, 이 경우에는 극도로 개인적인 경험을 다른 개인의 마음 틀 속에 고스란히 앉히는 것이 창작의 목적인 셈이다. 그리고 이 글도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

    내 결론은 이렇다. 만약 인생이 슬픈 사건이라고 규정한다면, 이 해프닝의 가장 슬픈 지점은 단 한 번의 삶을 딱 한 가지 버전으로 살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사람은 살면서 수없이 많은 갈림길에 선다. 여러 갈래 길에서 때로는 스스로, 또 때로는 떠밀리듯이 한쪽을 택한다. 이 길이 맞았는지 헤아려볼 겨를도 없이, 다음 순간엔 또 다른 선택지가 성마른 채권자처럼 문을 쾅쾅 두드리면서 채근해온다. 그렇게 우리는 학교를 결정하고, 교제를 한정하고, 몸 둘 자리와 일하는 방식과 생활의 반경을 설정한다. 제아무리 자유로운 사람도 선택으로부터는 자유롭지 않다.

    그리고 그 선택이 당신이 살아볼 수 있는 단 한 가지 버전의 삶이다.

    당신은 지금의 회사에 다니면서, 동시에 그만둘 수 없다. 지금의 그이와 사랑하면서, 동시에 이별할 수 없다. 지금의 모국어를 말하면서, 동시에 처음 배우는 언어처럼 더듬거릴 수는 없다. 우리는 이 세계에 존재하면서 동시에 이 세계(異世界)에 존재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왜 그럴 수 없단 말인가. 왜 나는 뮤지션의 삶은 어떤 것일까 궁금해하는 또 다른 나일 수는 없을까? 홍대입구역이 아닌 서교역에서 여자친구를 기다리는 다른 버전의 나를 살아볼 수는 없을까? 그라나다에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해변을 거닐어볼 수는 없을까?

    올해 두 번 강현선의 새 작품을 보았다(그녀는 이제껏 줄리아 하트의 모든 정규 앨범의 아트웍을 담당해주고 있다). 스튜디오 콘크리트에서의 [The Last Apartment (마지막 아파트)]와 일민미술관에서의 [The Passing]은 모두 표백되어서 분절성을 잃어버린 아파트 풍경을 담고 있다. 특정인의 주거 공간으로서의 실체감이 없어진 그 아파트의 안팎을 감상자는 백일몽처럼 헤매게 된다. 그녀는 어렸을 때 아파트에서 아파트로 연거푸 이사 다녔던 경험을 통해 어느 순간 그 집들을 구별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다. 이사한 곳에 적응했다고 생각했지만 동호
    수 없이는 자신의 집을 찾을 수 없었던 어린 시절의 꿈속 이미지를 구현한 것이 그녀의 작품들이었다.

    http://hyunseonkang.com/

    커버 이미지와 아트웍으로 <서교>를 시각화하면서 우리가 주고받은 이야기도 노래와 이 글에서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그리고 그녀의 작품의 배경에 깔린 정서에 대한 것들이었다. 아파트 안에서 우리의 삶은 일종의 좌표로 존재한다. 임의의 숫자에 불과한 동호수를 잃어버리는 순간 생활의 터전이 사라져버리는 것은 무척 서글픈 감각이다.
    우리는 우리의 집을 바라보고 있지만, 동시에 그것은 우리 중 누구의 집도 아니다. 우리는 남의 삶을 우리의 삶처럼 바라보고, 우리의 삶을 남의 삶처럼 바라보고 있다. 해서, 작품 속에서 강현선은 여전히 유년기의 꿈속을 헤매고 있고 나는 또다시 포항 인터체인지를 지나쳐가고 있다. “이 세계에는 단 두 가지의 비극이 있어. 원하는 것을 가지지 못하는 비극, 그리고 원하는 것을 가지는 비극”. 오스카 와일드가 옳았다.

    크레딧
    정바비 : 보컬, 기타, 키보드, 프로그래밍
    정주식 : 베이스, 배킹 보컬
    송무곤 : 리드 보컬(“꿈의 안테나”, “쿠키캣”), 배킹 보컬, 기타
    유병덕 : 드럼, 퍼커션, 배킹 보컬
    김나은 : 리드 보컬(“미래”, “서교역”), 배킹 보컬, 기타

    작사 작곡 : 정바비
    편곡 : 줄리아 하트
    녹음 : 김상혁@오렌지스팟, 삼각지 스튜디오, 그루브 앤 발란스
    믹스 : 김상혁@오렌지스팟
    마스터링 : 전훈@소닉코리아
    아트웍 : 강현선
    제작 : 줄리아 하트
    유통 : 먼데이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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