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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혀 태연하지 못한, 은희경님의 <태연한 인생>
    2013. 3. 1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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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12. - 3. 13.

    은희경 - 태연한 인생

     

     

     

     

     

     

     

     

     

     

     독자가 책을 읽을 때 스토리/인물/문체 3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읽는다고 하면 나는 그 중 인물을 가장 중요시하고 읽는다. 주인공이 어떤 성격인지, 그런 성격을 가지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 성격에 맞는 행동을 하는지, 어떤 직업을 가지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하는지, 등 인물에 가장 초점을 둔다. 은희경님의 소설에는 인물에 대한 통찰력이 있다. 어떤 상태에 대하여 묘사나 은유가 가슴에 와닿는다. 그 감정, 순간의 고독과 고통에 대한 묘사가 정확하다. 그래서 자주 찾게된다. 내가 표현하지 못한 감정들을 작가님이 표현했을것만 같아서.

     

     이번 작품의 주인공은 '작가'라는 직업을 가지고있다. 소설가가 소설가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썼다. 주인공 '요셉'은 어딘가 비뚤어져있다. 정직하지 못하다. 그 누구에게도, 심지어 자신의 감정마저 속인다. 이런 인물에게서 나오는 말들이 옳은 말은 아니지만 옳게 느껴지게 서술해놓았다. 여기서 작가님의 역량을 느꼈다. 옳지 않은 말을 옳게 느껴지도록 쓰는 것.

     

     어찌보면 조금은 쉽게 쓴 글일지도 모른다. <작가의 말>에 있듯이 많은 내용이 '인용'을 바탕으로 한다. 요셉의 인물특징상 인용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주위 사람들의 무식함을 드러내어 자신의 권위를 챙기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작가님 마음 속에서 우러나왔다기보다는 인용의 문구가 많았기에 책에서 감동을 느낄 수는 없었다. 결말도 허무하다. 이렇게 끝날줄 알았더라면···. 싶지만 다시 말하자면 책의 주인공은 작가이다. 그래서 많은 것을 배웠다. 작가의 삶이라던가, 고민, 시선, 언행(비뚤을지라도), 사고방식 등. 그리고 '시종마'이야기처럼 글쓰기를 단련할 수 있는 방법도 알 수 있었다.

     

     태연한 인생이란 무엇일까? 이 책에서는 '태연한 인생'이란 말이 - 기억이 맞다면 - 단 한 번 언급되었다. 분명 류가 말하는 태연한 인생과 요셉의 태연한 인생을 다를테다. 서사 속에서 살아가는 류와 매혹에서 살아가는 요셉에게는 태연하다는 그 의미가 다를태다. 내게 있어서 태연한 인생이란 뭘까? 가치관을 적립하며 적립한 가치관을 실행하며 단단해 지는 것.

     

    p. 20. 요셉은 사춘기도 되기 전에 미이 개인의 고유성에 눈떴기 때문에 어떤 종류든 틀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p. 31. 예쁘긴 한데 전형적이다. 불특정 다수 모두에게 잘 보이려고 기를 쓰고 치장했다는 느낌 때문에 어딘지 천박해 보인다. 아마 처음에 남자는 저 여자의 세련된 전형성에 더 끌렸을지도 모른다. 예쁘다는 실감에 앞서, 저런 모습이 예쁜 거라고 끊임없이 세뇌하는 유행이라는 상업 패턴에 속았을 것이다.

     

    p. 72. 이제부터는 쓸쓸할 줄 뻔히 알고 살아야 한다.

     

    p. 96. 소수라는 것 자체가 곧바로 정당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에게 주목하는 것은 다수에 의해 소외된 다양한 관점과 철학에 귀를 기울이고 개인의 고유한 권리를 존중하려는 의도일 뿐 소수라거나 소외된 사람의 의견이라서 무조건 중요한 건 아닌 것이다. 세상에는 '나는 나야'라는 아웃사이더 소수에서 시작하지만 '나는 남과 달라'라는 권력적 소수가 되어버리는 일이 흔하다.

     

    p. 103. 에피소드에는 속편이 없다. 그냥 지나쳐가는 일회성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정류장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지나쳐가는 수많은 버스들과 비슷하다. 한순간 내 앞에 머무르지만 나에게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인생의 대부분은 이런 에피소드로 채워져 있다. 이야기의 세계에서 작가는 최대한 에피소드를 배제한다. 인과관계가 없는 우연은 이야기를 이끌어가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플롯의 고리를 느슨하게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완성되는 과정에서 작가가 보여주려고 하는 세계, 그 세계를 구현하지 않는 에피소드는 여지없이 퇴출된다. 그러나 인생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 모두에게 자기 인생의 작가라는 권능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피소드의 형태로 등장하여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버스 가운데 어떤 것이 일회성 우연이며 어떤 것이 내 인생의 플롯으로 가는 노선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무엇을 포착하고 무엇을 흘려보내야 할까.

     

    p. 160.  새로운 여자란 마치 티백 속의 마른 찻잎에 뜨거운 물을 붓는 것처럼, 말라버린 채 얇은 종이속에 갇혀 있던 자신의 존재를 되살아나게 했다. 그리하여 손끝까지 따스한 기운이 돌고 향기가 온몸을 채우는 것이다.

     

    3. 14.

    태연하다...

    태연치 못한 화이트데이에.

     

     


    태연한 인생

    저자
    은희경 지음
    출판사
    창비 | 2012-06-1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인생과 사랑에 대한 사색이 담긴 은희경의 소설!사랑과 상실과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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