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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 09. 05.) 박민규 -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2012. 11. 12.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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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저자
    박민규 지음
    출판사
    한겨레신문사 | 2003-08-12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1983년 한해를 제외하고 만년 꼴찌였던 삼미 슈퍼스타즈를 모티...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12. 09. 04. - 12. 09. 05.

    박민규 -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작가님과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도 없이, 나는 지금껏, 도대체, 어떻게 인생을 살아올 수 있었단 말인가.

     

    작가가 가진 고유한 문체가 마음에 든다. ',' 를 통한 끊임없는 나열, 비슷하며, 반대되며, 강조하며, 나열하며 문장들이 오징어들처럼 흘러나온다. 무엇인가에 통달한 듯한 무심한 말투가 이 소설에 깊게 매료시킨걸까. 설득력있고, 작가의 생각을 의심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글의 중반까지만 해도 작가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펙션(fact-ion)인 줄 알았다. 책 표지만 해도 '박민규 장편소설'이라 적혀있고, 에필로그에 역시 소설임을 밝히지만 너무나 현실적인 것들을, 생생하게 표현했기에.

     

    일상적인 소재로 글쓰기란 바로 이런 것인가 보다. 일상에서 모은 소재들로 글을 쓰기때문에 소설임에도 진짜처럼 느껴지는, 다양한 공감을 가져오는 것인가보다.

     

    친구에게 책을 받고, 또 다른 친구에게 추천받은 책. 당연히, 삶의 책 그리고 인생의 책이 될 수 있을 것이었다. 특이한 문체가 가볍게 느껴지지만, 실상 내용은 무겁다. 매우 - 무겁다.

    p. 180

    그 소년들과 나의 차이점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결국 무제는 내가 삼미슈퍼스타즈 소속이었던데서 출발한 것이라고, 16살의 나는 결론을 내렸다. 그랬다, 소속이 문제였다. 소속이 인간의 삶을 바꾼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을 담는 소년이 왜 전철 안에서 조롱은 받는가? 삼미슈퍼스타즈의 잠바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고등학교 동창인 조부장에게 왜 굽신거려야 하는가? 삼류 대학을 나왔기 때문이다.

    삼촌이 사는 남동구는 왜 개발이 되지 않는가? 소속구의 국회의원이 여당 소속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속이 인간의 삶을 바꾼다. 소속이 인간이 거주할 지층을 바꾸는 것이다. 어느새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언제나 내가 고민하고 있는 내용이다. 내가 고등학교 때 했던 생각들, 살아가면서 느낀 것들, 그리고 야구에 대한 이야기가 합쳐지면서 시너지를 주었다.

     

    처음에는 '노력'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 '평범'의 기준이 달라져서, '프로'의 세계에서는 '프로'같이 허리가 끊어지도록 일해야 한다. 어디에 있든지 '소속'이 중요하다. 너무나 잔인한 말이지만 현실적인 말이기에 당연하게 느껴졌다. 또한 그런 경험을 많이 하기도 했고.

     

    사실, 나 역시 '소속'과 '계급'의 혜택을 많이 받았다. 진실로. 그렇기에 너무나 공감하면서, 진리를 밝견했다는 느낌으로 읽었다. 마치 내 잃어버린 기억을 다시 찾은듯-. 중학생 때, 이유는 모르겠지만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그렇게 전교 1등을 하고, 학교·학원·집에서의 내 대우는 달라졌다. 게임을 많이해도 성적이 잘 나오면 그만이었다. 내 성적으로 자기 딸을 소개해준다는 선생님이 있었으니까. 많은 선생님들에게 사랑받고 이쁨받았다.

    그렇게 나는 'xx중학교'의 '전교 1등'으로서 소위 말하는 특목고(특수목적고등학교) 중의 하나인 자립형 사립고에 입학하여 'oo고등학교'의 '학생'이 되었다.

     

    지역 내에서 'oo고등학교' 학생들은 이쁨 받는다. 그만큼 부모님의 자부심도 엄청났고, 교복을 입고 다니면 어른들이 이뻐해주셨다. 그 당시에도 나는 '소속'의 힘을 느꼈다. 하지만 '프로'사이에서의 경쟁은 너무나 치열했다, 진실로.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 공부하는 친구들도 많고, 이미 고2수준의 그리고 대학수준의 공부를 끝내고 온 친구들도 많았다. 나는 그 사이에서 도태되어갔다. 사실상 입학 시험도 겨우 합격했다. 그 때 모르는 영어·수학 문제가 많았으니까. 나는 부족한 입장에서 시작해서는, 중학생 때 열심히 공부한 것과, 좀만 열심히 공부하면 성적이 오르리라는 자만심으로 자위하며 허무하게 시간을 낭비했다.

     

    갑자기, 학생회활동이 너무나 하고 싶어서 학생회 부회장에 단독 출마해서 당선이 되었다. 어떤 멋진 선배를 닮고 싶어서 지원했는데, 부회장을 하면서 내 리더십을 깨달았고, 내 부족한 점만 깨달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 때부터 나는 '소속'의 힘을 신봉했는지도 모른다.

    단지 부학생회장이라는 이유로-. 특별히 잘하는 것 없이 - 심지어 공부도 - 인정받았으니까. 물론, 단독출마여서 지지세력이 약했긴 했다. 특별한, 특이한 활동 없이 부회장을 끝냈다. 내 성적은 바닥이고, '나는 공인이다. 그러니 바르게 행동해야지.'라는 생각에 나 스스로를 가두어 나를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부회장 시절의 후회와 더불어 다른 친구가 회장하는 것을 지켜볼 용기가 없었던 나는 다시 학생회장에 출마하고, 여차저차 사정끝에 'oo고등학교' '학생회장'이 되었다.

     

    '학생회장'이라는 이유로 후배들과 친해지기 쉬웠던 것, 학생회 선후배들이랑 가까운 것, 이러한 회장으로서 권리만 이용하고 의무는 다하지 못했다. 정말, 부족한 학생회장이었다.

    사실상 시작할 때 큰 목표가 없었으니, 나도 내가 어디로 굴러가야 옳은건지 몰랐다. 잘못된 것은 아는데, 어디가, 어떻게, 왜 잘못된지 몰랐다.

     

    학생회장을 통해 학생들을 대표해서 '축구대회·농구대회'를 시작한다는지 복지나 권리를 위해 활동했어야 했으나, 따지고 보면 결국 나를 위한 활동이었다. 정말 이 지독한 모순을 깨달았을 때 나는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무기력했다.

     

    이렇게 학생회를 끝내고 여자친구와도 정리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정말 열심히 했다. 결국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을 하여, 'oo고등학교' '전교회장'에서 'aa대학교' 학생이 되었다. 내 소속을 계속해서 변화해갔다.

     

    캠퍼스 라이프에 대한 꿈 없이 입학하여 방황하다가 'SIFE(=현재 Enactus)'라는 동아리 활동을 하게되고, 학생회장 때 필요했던 '실천력'을 SIFE에서 발휘하고 싶었다. 과생활도, 다른 것도 줄이고 SIFE에 집중했다. 그리고 1학년 2학기가 되었을 때, 나는 'AA대학교SIFE' 'Project Manager(=PM)'이 되었고, 다시 나는 소속의 힘에 무릎꿇었다. PM이 되었다는 사실에, 행동능력을 잊어버렸다.

     

    이는 내 과 관계된 것이 아니라, 대상자분의 과 연결된 것인데···. 나는 또 지독하게도 도태되어갔다.

     

    /

     

    IMF때의 주인공처럼, 대학생 떄의 주인공처럼 무지하게 바쁘기만하고 내실있게 살지 못했다. 지금 돌아보았을 때 내 인생에서 자전거여행과, 전라도 여행, 정동진투어만 내 삶에서 또렷이 기억된다. 내 몸에 뚜렷이 각인 된 것은 3가지이다. 아쉽지만, 사실이다.

     

    과연 소속의 힘이 진실로 중요한가? 그 힘은 실존한다. 내 이미지를 만들어주고, 내게 힘을 주기도한다. 문제는 이것이다.

    '소속'이 내 이미지를 만들어'주고', 힘을 '준다'는 것. 내가, 나로부터, 본질적이게 나오는 이미지가 힘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소속이 필요는 하나, '내실'을 기르기 위해 차분하고 여유롭게 미래와 과거를 둘러보면서 계획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속이 바뀌는 것이지, 내가 바뀌는 것이 아니다.

    사실 현실은 무서운 곳이다. 군대에서도, 잘 못하는 사람은 욕처먹고 무시받으니까. 이런것이 현실이다.

     

    진짜 이상한 것은 잘하는 사람일수록 더욱 많은 업무를 해야하는데, 못하는·처음하는 사람이 더 많이 해야하는 구조이다. 따라서 허리가 휘어지도록,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열심히 하는 수 밖에. (ex. 군대의 경우 신병이 해야하는 일이, 말년이 해야 하는 일보다 많다. 신병은 말년보다 부대 돌아가는 사정도 모르고, 정신도 없는데 말이다.)

     

    입대 후 많은 여유를 가졌다. '나'를 바라보았고, '내'가 가야할 곳을 바라보고 있다. 멍하니 TV를 볼 수 있고, 컴퓨터를 해도 된다. 그래서, 아니 그래도 걱정이 없는. 20대 초반에 TV만 보고있어도 걱정이 없는 곳이 이곳이다.

    나를 더 객관적으로 느끼고, 상황을 좀 더 그 자체로 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나는 조급하다. 조금만 집중하면 이쁘게 글씨를 쓸 수 있을텐데, 내 조급증은 정성들이고 이쁜 글씨를 위해 천천히 쓰면 지식이 날아갈까 두려워한다. 머릿속의 글을 바로 써갈기고 싶어한다. 천천히란, 없다. 계획도, 공부도, 책읽기도, 연애도 급하다. 참 급하구나, 그래서 '여유'가 필요하다.

     

    p. 262.

    그렇게, 여름은 흘러가고 있었다. 여름을 따라, 프로의 세계를 쉴 새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거대한 바퀴 속에서 여전히 삶을 살고 있었다. 터질 것 같은 전철 속에 자신의 몸을 구겨넣고, 야근을 하거나, 접대를 하고, 퇴근을 한 후 다시 학원을 찾고, 휴일에도 나가 일을 하고, 몸이 아파도 견뎌내고, 안간힘을 다해 실적을 채우고, 어떤 일이 있어도 자기 자신을 관리하고, 그 와중에 재테크를 하고, 어김없이 세금을 내고, 어김없이 벌금을 내고, 어김없이 국민연금을 나부해가며 먹고, 살고 있었다.

    쉬지 않는다. 쉬는 법이 없다. 쉴 줄 모른다.

    그렇게 길러져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기른 자식들이 역시나 그들의 뒤를 잇는다.

    쉬지 않을수록, 쉬는 법이 없을수록, 쉴 줄 모를수록,

    훌륭히, 잘 컸다는 얘기를 들을 것이다. 완벽하고, 멋진 프랜차이즈다.

     

    던질 수 있는 공만 던지고, 칠 수 있는 공만 치는 것. 내 계획들을 다시 점검해봐야겠다. 여유있게!

    중요한 것은 여유 속의 노력이 아닐까. 어떤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알았다. 좋아하는 것도 잘하기 위해. 여유 속에서 노력을 가지려는 것.

    p. 264

    올 여름은 왜 이렇게 긴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 나는 비로소, 시간은 원래 넘쳐흐르는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말이지 그 무렵의 시간은 말 그대로 철철 흘러넘치는 것이어서, 나는 언제나 새 치약에 퉁퉁한 몸통을 힘주어 누르는 기분으로 나의 시간을 향유했다. 신은 사실 인간이 감당키 어려울 만큼이나 긴 시간을 누구에게나 주고 있었다. 꼭 누구에게라도, 새로 나온 치약만큼이나 완벽하고 풍부한 시간이 주어져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시간에 쫓긴다는 것은- 돈을 댓가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시간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니 지난 5년간 내가 필았던 것은 나의 능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시간, 나의 삶이었던 것이다.

     

    알고 보면, 인생의 모든 날은 휴일이다.

     

     

    할 일이 없다고 느낄 때, 돌아봐서 무의미하게 살았다고 느낄 때. 나는 내 삶을, 시간을 팔아서 살고 있었던 것 아닐까? 학점, 돈을 위해서. 내가 진정하고 싶은 것. 내 넘치는 시간을 통해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필요 이상이 아니라, 필요한 적정선까지.

    내 인생, 나의 인생, 나만의 인생을 위해선 내가 하고 싶은 일, 나의 좋아하는 일,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필요한만큼만 하면서 즐겨야한다. 내 시간을 잘 쓰는 것. 작가처럼 살 수 있을까? 나를 이해해주는 아내를 만날 수 있을까?

     

    잠 잘 걱정없이. 먹을 걱정없이. 시간 걱정없이. 쉽게 생각하며 살고싶다.

    무게감있는 글을 쓰고싶다. 내 고민을 나눠주고 싶다. 나도 하나의 길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2012. 09. 06.

    하나의 길과 여러 갈림길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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