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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같은 소설, 은희경의 <그것은 꿈이었을까>
    2013. 3. 3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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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9. - 3.20.

    은희경 - 그것은 꿈이었을까

     

     

     

     

     

     

     

     

     

     

    시크한 시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시선 그러나 몽롱한 의식. 그것은 꿈이었을까.

     

     책을 읽는 내도록 몽롱했다. *캔맥주를 마신 뒤 취해 잠이 들고, 잠에서 깨어났을 때 근데 여기가 어디지, 하고 허망이 중얼거리게 만드는 느낌의 책은 없을까 하고, 작가의 말에는 이 문장이 있다. 어쩐지 책을 읽기 전보다 삶이 허망하고 몽롱하여 술에 취한 것 같기도 하며 잠을 덜 깬 것 같기도 하다.

     

     다름 아니라 책을 읽는 도중 주인공처럼 망상을 하고 심지어 백일몽도 꾸었다. 아주 컴컴한 방에 앉아있는 백일몽, 책 속의 마리아인지 마리암인지 이름 모를 소녀가 나타나 '너에게 가고있어'라고 외치는 백일몽. 다른 버전의 필름도 많지만, 빛에 과다노출된 듯이 흐릿하다. 이 소설처럼.

     

     삶에 애착이 없어 세계를 시크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주인공이 어느덧 현실과 꿈도 구별하지 못하고 그런 전개를 지켜보는 독자마저도 서술되는 부분이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 되게 만든다. 아주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Nowhere man. 우리의 삶은 어디에 있는가. 어딘가에도 존재하지 않는 남자. 재밌는 표현이다. 존재하지 않는 대상의 존재 여부를 어떻게 알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런데 이것이 마치 우리의 삶과 같다는 것이다. 삶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음에도, 아주 가까이에 붙어 있음에도 어디에 있는지 잊어버리곤 한다. 안경 같다고 할까. 없으면 답답하고 아무것도 못 하면서 가끔 코와 귀에 걸려있다는 사실도 잊으니까. 안경에 김이 껴서 세상이 뿌예져서야 그 소중함과 가치, 그리고 존재를 깨닫듯이 삶 역시 장애물과 걸림돌을 만나야 그 소중함과 가치, 그리고 존재를 깨닫는다.

     

     그래서 가끔 몽롱하고 어지럽다. 안경 없이 세상을 바라보는 것처럼.

     

     p. 204. 삶이 '사실'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삶에는 모호하고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훨씬 더 많다. 나는 건조하고 명백한 '사실'속에서만 살기를 원했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처럼 불완전하고 애매한 존재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방식인 모양이었다.

     

     그러나 '사실'을 포기하면 Nowhere man은 존재할 수 있다. 그곳이 꿈과 몽상, 환상처럼 어디에도 없는 장소일지라도. 개인적으로는 꿈꾸는 것을 좋아한다. (비타민 B를 많이 섭취하면 꿈을 더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다고 한다.) 경험할 수 없는 색다른 체험도 하며, 무의식이 느끼는 세상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존재처럼 꿈속 세계는 불완전하고 미숙하기에 모호하다.

     

     책을 읽으며 이 내용이 모두 한바탕 꿈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꿈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 몽롱한 결말이다. 미성년자는 읽으면 안 되지 않을까? 술에 취한듯한 느낌이다.

     

    p. 84. 그날 그녀는 나를 한 번도 부르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그녀와 나는 서로를 만나기 위해 나왔고 그런 한은 계속 곁에 가까이 있었던 것이다. 둘만 있다거나 가까이 있을 때 서로는 유일한 존재이며 그 사람과 남을 구분지어야 할 필요도 없으므로 이름이란 별로 소용이 없다. 이름이란 두 사람 이외의 타인이 존재하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고, 구별해야 할 타인의 숫자가 많으면 그것은 보통 번호가 되기 마련이다.

     

    p. 128. 그래도 마찬가지였다. 제한된 삶 속에서 인간이란 죽을 때까지 전체를 다 알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텐데, 하나를 전체로 알고 사는 편이 여러 개를 알고 난 뒤 나머지에 대한 갈급 때문에 조급해하며 살아가는 쪽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더 나쁜 경우로는 일부라는 점에서 결국 하나와 그다지 다를 것 없는 여러 개를 알았다고 해서, 마치 전체를 알고 있다는 듯이 착각하는 경우이다. 

     

    3. 20.

    은희경작가님의 색다른 모습이다. 좋다.

     


    그것은 꿈이었을까

    저자
    은희경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08-07-0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낯선 몽환과 혼돈의 세계를 보여주는 은희경의 첫 연애소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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