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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년 레일로] 1월 21일(화) - 여행의 시작, 포항
    여행/여행 2014. 2. 5.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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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여행이다. 군대를 전역한 후이든, 입대하기 전이든. 아침에 눈을 뜨면 새로운 길이 눈 앞에 있을거란 생각에 설랬다. 사실 여행을 가자! 라는 마음보다는 집에서 도망쳤다. 매일매일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영어 공부를 했다. 저녁식사 전에 운동을 하고 저녁을 먹은 뒤 다시 도서관. 집에 와서는 영화 한 편을 감상하고 취침. 지겨웠다. 지루했다. 아침에 이불에서 나오기가 싫었다. 새로운 뭔가가 없었기에... 전역 후에는 세상이 내 것이 될지 알았는데, 나를 중심으로 지구가 돌아갈줄만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뭐 세상이 내게 관심을 주든 말든 그건 내게 큰 스트레스가 아니었다. 군대에 있을 때는 신분적인 제약으로 도전적이고 색다른 경험을 못하는 것을 변명할 수 있었지만, 전역 후 세상이 내게 자유를 주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 깊고 넓은 자유에 허우적거리기만 할 뿐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다. 그게 내 스트레스였다. 주어진 자유를 누리지 못한 체, 자유에 떠밀려 하루하루 숨쉬고 있다는 것이. 그런 타성적인 삶 속에 내일에 대한 기대마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내 청춘의 덫이었다. 그래. 내겐 즐거운 여행의 시작이기 보다는 꿈도 없이 숨쉬고 있는 내 젊음에 대한, 내 상실하고 있는 가능태에 대한 미안함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첫 여행지는 포항이다. 포항으로 결정한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먼저 집에서 가까웠다. 준비도 없는 상태에서 내가 알고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리고 포항은 사전에 조사한 자료가 있었다. 3년전부터 구룡포의 철구분식집에서 꼭 찐빵과 단팥죽을 먹고 싶었다. 내가 유일하게 이번 여행에서 기대를 하고 간 음식! 뒤에 포스팅하겠지만, 구경도 못했다. 마지막으로 포항에선 나 스스로 청산해야할 무언가가 있었다. 전역을 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이전에 스스로 청산해야할 무언가가.


     

     첫 시작은 레일로를 발권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내 여행을 7박 8일이다.

     

    11:10 호계역 발

    무궁화호 1944

     12:12 포항역 착


     여유있게 호계역에 10:20분경에 도착하였다. 호계역 앞엔 호계 5일장이 매 1,6일마다 열린다. 호계 5일장을 들려 여행 다니며 먹을 주전부리를 구매할 계획이었다.



    울산 버스 정류장 이름중엔 호계역이 없다. 호계역에 하차하려면 [농소1동주민센터] 정류장에서 하차해야 한다.


    또한 역이 정류장 근처지만 큰 골목에서 쉽게 보이지 않는다. 아방궁이란 중화요리집을 끼고 골목을 돌면 보인다. 

    호계역은 간이역이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오일장의 풍경.


    호계장엔 생선, 육계, 육류, 채소, 과일, 약재 등 모든 상품을 파는 규모가 제법 되는 장이다.


    위위 사진에 보이는 호계시장 건물로 들어서면 상설장터가 개설되어있다.


    여행다니며 먹기 좋은 전통과자를 구매하였다.


    장의 끝에는 10시 45분 경임에도 아직 장을 준비하지 못한 상인도 있었다.


     애초에 그 자리에서 튀겨주는 도너츠나 찹쌀튀김을 구매할 생각이었으나, 여행다니면서 먹기엔 좋지만 보관이 어려울 것 같아 전통과자를 구매하였다. 새알 초콜릿과 누네띄네를 구매하였으나 나중에 보니 김맛 과자도 끼워주셨더라. 이런게 시장의 묘미가 아닐까? 초심자의 행운이라 생각하고 기쁜 맘에 따스한 기차에 탑승하였다.


    도착한 포항역. 시에 불과하지만, 포스코의 위엄에 비하면 역이 작아보인다.


     포항역 앞에서느 호미곶으로 가는 버스도, 북부 해수욕장 방면 버스도 오지 않는다. 도보로 10분 거리내의 죽도시장 정류장에서 좌석버스 200, 700번 버스, 간선버스 101, 131번 등이 북부 해수욕장으로 간다. 특히 좌석200번 버스는 버스간격도 10분정도로 준수한 편이고 후에 구룡포로 갈 때 탑승하니 꼭 기억하도록 하자. 식사시간이니 죽도시장에서 유명한 물회를 한 그릇 해도 좋다.

     참고로 버스 시간은 30분 정도 소요된다고 네이버앱이 알려주나 실제 시간은 20분 내외였다.


    200번 버스를 타고 도착한 포항 북부 해수욕장


    영일대(迎日臺, 해를 맞이하는 대)





     사실 북부 해수욕장은 애초에 설계한 목적지가 아니었다. 환호 공원이 목적지였으나 호미곶에서 일출을 볼 계획이었기에 포항에서 하루를 보내야했고, 포항의 많은 것을 보고싶었다. 그리고 취미가 걷기이다(싸고 힘든 취미라고 이번 여행에서 느꼈다.) 그래서 정류장 노선도를 보고 해수욕장에서 환호 해수욕장까지 몇 정거장 거리라 걷기 시작했다.


     울산에 살기때문에 바다에 대해 아무런 감흥도 없을것 같았지만, 포항의 바다는 포항만의 매력을 품고 있었다. 가까이 보이는 포스코 공장과 다수의 갈매기들.(특이하게도 울산 바닷가에서 보다 태화강과 동해가 만나는 하구에서 갈매기가 많이 보이는 듯하다.) 그리고 해안 가까이에 발달한 아파트 단지들. 자연과 공장, 그리고 삶이 공존해 있다는 느낌을 포항 바닷가에선 느낄 수 있었다.


     

    조금 더 걸어가 항구에서 본 영일대와 바다


    공장과 바다, 그리고 아파트가 서로 정말 가깝다.



    해안도로를 따라 걸으면 환호공원에 도착해있다.




    환호공원에선 공원과 함께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성장하는 동안 가장 잔인한 건 여학생은 남학생보다 성숙하며 그 성숙함에 견뎌 낼 남학생은 없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中) 


     잔인한 인생을 맞이하기 위하여 2011년 여름에 처음으로 환호 공원에 갔다. 이번 여행에서 내가 청산하고 싶던 것은 그 사람만큼 성숙한 상태로 그 풍경을 다시 바라보고 싶은 싶었다. 3년이란 시간이 지난 포항은 얼마나 변했을까? 세상은 나와 관계없이 흘러가는 것일까? 아쉽게도 별로 관계가 없었다. 여전히 버스 노선은 그대로이고 공원은 조금 더 깔끔하게 정리가 되었다.

     청산에 대한 특별한 의식을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저 함께 걸었던 그 거리를 걷고 싶었다. 어렸을 때 기억하던 그대로 세상이 흐르고 있는지. 내 시선에 문제가 있었는지. 아니면 지금 역시도 문제를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지. 그냥 천천히 홀로 바라보고 싶었다.



     

    환호 공원 전망대. 정말 볼 것 없다.


    공원 여기저기에 동상들이 배치되어있다. 말 갈기가 역동적으로 표현된 작품, [돈키호테]


    포항 시립미술관도 환호 공원내에 있다.



     환호공원에서 나와 환호해맞이그린빌 정류장에서 200번 버스를 타고 구룡포까지 버스가 약 1시간 43분 걸린다고 나온다. 하지만 1시간 조금 더 걸린걸로 기억한다. 200번 버스는 포항시내 - 포스코 - 해병대사령부 - 구룡포를 거쳐가기에 버스엔 많은 해병들과 함께 북부 해수욕장에서 멀리서 바라본 포스코를 가까이서 구경할 수 있다. 종점이므로 피곤하면 버스에서 잠시 단잠에 빠져도 좋다.

     *팁 : 포항의 환승시스템은 90분 내에 다른 노선의 버스를 탑승시 1회에 한해 무료로 환승이 가능하다고 한다.


     

    작은 아이디어지만 아름다웠다.


    입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비석 하나하나마다 일제시대에 살았던 마을 주민의 이름이 새겨져있다.



    관광지이만 주민들이 살아가고 있는 삶의 터전이다.








    구룡포항. 여기서 과메기가 만들어 지는걸까?


    구룡포에 온다면 꼭 먹어야 하는 모리국수와 함께 철규분식의 찐빵과 단팥죽. 아무 설명도 없이 휴업이라고...

    (위치 구룡포 초등학교 앞)


     아쉽게도 철규분식은 문을 닫아 바로 옆의 엄마분식에서 먹었다. 이날은 계획도 없이 점심도 먹지 않고 걸어다녀 여행의 첫 식사였는데 너무 달았다. 그래도 1월의 추위를 어느정도 가시게 도왔다. 구룡포에서 호미곶까지 가는 버스는 시간을 잘 알아둘 필요가 있다. 30~60분 간격으로 늦게타면 환승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호미곶행 버스에는 따로 노선번호가 없다. 구룡포-대보행 버스를 이용해야한다. 200번버스는 10분에 한번씩 있으므로 참고하길 바란다. 참고로 대보중학교에서 내려야 해맞이광장이랑 가깝다. 



    실수로 호미곶면민회관에서 내렸다. 정류장 앞 영신식당에서 제대로된 끼니를 먹었다. 해물된장찌게 죽여줬어요!


    너무나도 차가운 겨울바다 바람. 나는 널 찾아 하루종일 해맸다!


    도착! 그런데 이상하게 어둡다.

    ㅜㅜ

    많은 호미곶 포스팅에 없지만 호미곶 찜질방은 화요일 정기휴일입니다!!


     이 절망스러웠던 일이 내게 축복이 될지는 상상도 못했다. 제한된 예산안에서 떠난 여행이었기에 하루 만원으로 예상하고 떠난 숙박비가 민박에 머물게 되며 2~3배 추가로 들게 되며 앞으로의 여행이 다소 빡빡해질 것임을 예상했다. 그러나 축복은 어디서 만날 수 있을 것인가? 호미곶 찜질방에서 호미곶 해맞이광장으로 가는 길은 다음과 같다.



     대보중학교에서 바로 들어가는 길은 등이 밝게 밝혀져있지만 대보항 방면에서 들어가는 길엔 등이 거의 없다. 그리고 호미곶을 밝혀줄 등대가 펜스에 가려 보였다 안보여서 불안하다. 그 길목에서 나는 여행 동료를 만났다. 춥고 잘곳이 사라진 불안감에 뜨거운 감자의 팔배게를 감상하며 걸어가던 내게 어떤 여성분이 호미곶방향을 물어보아 가는 길이니 같이 가자고 했다. 반가운 맘에 어디서 왔냐고, 뭐하냐고 물어봐도 아무말 없이 웃는게 아닌가. 알고보니 한국에서 일을 하고 있는 프랑스 인이었다. 내 여행에도 기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을 직접 보게 되었다. 얼마나 멋진가!! 여행에서 만난 프랑스인이라니.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고, 초심자의 행운이라 느껴졌다. 이것이 내가 만난 첫번째 축복이었다.

     군생활을 돌이켜보면 기억의 단위는 시간이 아닌 사람으로 나누어진다. 즐거웠던 사람과 함께 했던 시간, 짜증나는 사람과 함께 했던 시간. 그렇다. 그래서 사람이 중요하다. 나는 결코 잊지 못할 인생의 분기점을 만나는 순간이 되었다.


     다음 축복은 찜질방이라는 숙소를 포기하게되며 머무르게 된 훼미리민박집이다. 사장님은 대중교통을 통해 호미곶까지 왔다는 사실에서 5천원 할인 해주셨다. 1박 숙박비가 3만원이지만 2만5천원에 해주셨다. 학생인데 뭘~ 이라며 웃어넘기시는 아주머니! 게다가 프랑스에서 온 친구에겐 외국인이 바닥에서 자는게 불편할꺼라며 침대방(4인 가족이 자도 부족함없다)을 기본값에 해주시고, 거기다가 대중교통 할인을 해주셔서 2만5천원에 해주셨다.

     손님이 없어서 그냥 해주시는건지 알았는데 화요일밤에도 6개정도되는 방은 모두 나갔다. 사장님 말씀으론 평일엔 적어도 4개는 나간다고 하시니. 로비에 앉아 일리안(프랑스친구)과 사장님이 주신 믹스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호미곶에 대한 이야기, 프랑스에 대한 이야기, 울산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여행의 즐거움까지.

     친절한 사장님과 할인은 축복에 끼지도 못할정도로 좋았던 점은 방 그자체에 있었다. 추운 겨울날 등따시고 두발만 뻗을 수 있다면 뭐가 더 필요하겠는가? 실제로 기본방의 크기는 4인 가족도 좁지않게 잘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이 방의 진정한 매력은 방의 위치에있다. 호미곶 상생의 손과 걸어서 3분거리도 안되며 창문에서는 바다가 바로 보인다. 그렇다! 자려고 누우면 파도소리가 들린다. 한 겨울에 파도소리를 들으며 따스하게 잠이 들 수 있다니! 나는 이렇게 중첩된 축복에 노곤한 몸에도 잠을 잘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는 찜질방이라면 경험하지 못할 기억들이 축복으로 다가왔다. 찜질방에선 사우나에 올라왔다가 다시 바다로 내려오지 못한다. 감정의 정점은 23시부터 1시간간 해맞이공원을 혼자 거닐며 느꼈다. 아무도 없는 해맞이 공원은 마치 나의 온전한 소유가 된 듯했다. 추운지도 모른 체, 부끄러운지도 모른 체, 한시간동안 노래를 흥얼거리며 돌아다녔다.









     내 것이 된 호미곶을 거닐며 부른 뜨거운감자의 Bless Me.


     내일이 되면 무슨일이 일어날까? 그 뜨거운 일출은 어찌 보일까 궁금했다. 여행을 시작하기까진 3주간의 망설임이 있었다. 다음 여행때는 무슨일이 있을지 모른단 두려움에 아무것도 못하는 어리석음은 없을테다. 그 두려움이, 설렘이 만들어내는 기적을 맞보았기 때문이다. 내일을 위해 설래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일기를 쓰고 잠에 들었다.


    *비용정리

     내역

    비용 

    비고 

     기차비(호계-포항) 

    3,800

    레일로 발권안함 

    시장 전통과자 주전부리

    3,000

     

    포항 시내버스비

    2,100 

     

    핫도그

    2,000 

     

     팥죽과 찐빵

    3,000 

     

     식비

    5,000 

     

     맥주

    1,400 

     

     민박비

    25,000 

     

     총계

    41,300

     


    *1일차 여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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