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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상 8회 수상작, 전민식의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책 2013. 3. 1. 12:10반응형
2. 14. - 2. 15.
전민식 -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
세계 문학상 8회 수상 작품이다.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 이후로 세계 문학상 수상작은 재밌을거란 확신을 가지고 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 작품은 사회적 패자, 루저를 주인공으로 하여 삶의 일상과 지리멸렬함을 다룬다. 내가 좋아하는 화자이자 주인공이다. 인간적인 주인공, 사람냄새가 나는 주인공, 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단 한번의 실수로 바닥까지 떨어졌던 주인공이 '마리'를 키우며 많은 돈을 벌게되자 다시 실수를 하기 전인 삶과 삶의 태도를 지향하며, 바닥에서 생긴 인연들을 부정하며 다소 비인간적인, 인간미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바뀐 태도를 통해 언젠가는 다시 자신이 미끄러지리라는 긴장감과 그 사실을 알고도 내적 고민에 흔들리는 주인공의 모습에 독자는 책에서 손을 놓을 수 없다. 머릿속에서 '도랑'씨가 계속 살아있다.
이해할 수 없는 점은 분명 스토리도 탄탄하고 삶의 철학도 다소 담겨있는 작품이 쉽게 머릿속으로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재미있고 잘 읽히나, 머릿속·가슴속으로는 들어가지 않는다. 작가는 '돈 버는 방법' 보다는 '잘 사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 역시도 '잘 살아가는 방법'='인간답게 사는 법'을 느끼기 위해 책을 읽는다. 도랑의 실수와 실패 그리고 끊임없는 도전과 욕심을 통해 작가는 어떤 이상을 표현하려는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 이상이 느껴지지만, 받아들일 수 없다. 글쎄, 이유는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주인공이 답답하여 그럴지도 모른다. '진주'에 대한 태도, '미향'등 어떤 등장인물과 사건에 대하여 궁금증을 수없이 던지고 새로운 사건이 일어날 기미가 보이는데 결코 주인공은 독자의 바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세상이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면 환상이라고 한다지만, 소설은 결국 상상의 창작물이 아닌가. 소설마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으니···. 이 점이 소설의 매력 - 끝없는 호기심 - 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불편하기도 했다.
미래가 창창하던 컨설턴트에서 사랑한다고 믿은 여인에게 배신을 받아 인생의 낙오자, 사회의 패배자가 되고만 주인공. 자신보다도 가치있는 개들을 산책시키며 개만도 못한 삶을 영위한다. 그리하여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가 된다. 그래서? 책의 스토리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하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도 주인공과 같지 않은가. 감상문에는 일상과 사소함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서는 현실에서는 밀냈다. 가까이 있어야 하는 것을, 일상적인 것을 진지하고 특별하게만 여겼다. 주인공이 현실을 부정하는 것처럼 말이다. 문득 감사함을 느낀다. 모든 것은 과정이다. 지금 쓰는 펜과 공책 역시 누군가의 수고가 있었고, 점심으로 먹은 칼국수 역시, 원재료가 생산되는 농부의 수고와, 조리를 하는 노력까지. 뜨거운 국물과 뜨거운 면에서 그 고생과 땀이 느껴졌다. 어쩌면 지금껏 부모님이나 누군가가 만들어준 길과 계단을 올라가느라고 진정 나 밖에 모르는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고 느꼈다. 삶에 열정이 있다 느끼면서 가끔느끼는 괴리감의 정체는 이것인가.
그래. 이 작품은 '괴리감'='아이러니'에 대해 잘 표현했다. 현실과 이상, 현실과 과거, 현실과 균형. 나는 바르게 살고 싶다. 단지 그 뿐이다. 그런데도 너무 어렵다. 복잡하게만 바라보니 그럴까. 이제 19:00 - 20:00는 책도, 공부도 안하고 생각도 안할테다. 조금씩 조급을 벗어나고, 차분히 명상하는 시간을 가지겠다. 글쎄, 이 책에서 왜 이런 결론이 나올까?
등장 인문의 잔상이 심하게 남기 때문이다. 잔상이 이 소설을 계속 떠오르게 만들며, 무엇을 말하려는지 고민하게 만든다. 결국 이상하게도 내 삶으로 초점이 돌아가더라. 이런 점에서는 책에 적힌 문구처럼
인간에 대한 이해와 정서를 지닌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
오랜 잔상이 남아 양감量感이 살아있는 '웰 메이드'소설이 아닐까 생각한다.
p. 87
세상이 네 뜻대로 되면 그건 세상이 아니고 환상이야.
p. 113.
세상의 모든 일이 다 원인이 있어서 일어나는 거 아니겠어? 그 녀석이 자네에게 전화를 걸었다면 그 녀석이나 자네는 알지 못하겠지만 어떤 원인이 있어서 그런 결과가 발생했을 거야. 모든 존재는 친족성이 있는 거잖아.
p. 142.
원래 세상은 좆같은 거야. 평등하지도 않아. 그렇다고 해서 좆같이 살면 그 인생은 진짜 좆 돼.
2. 15.
여하튼, 이 책은 여운이 상당히 강하다.후.
메이드 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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