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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른이 되어가는 것,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
    2012. 12. 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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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변의 카프카(상)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출판사
    문학사상 | 2010-04-02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동양의 순문학 소설가에서 세계적 베스트셀러 소설가로 성장한 일본...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12. 11. 13. - 12. 11. 23.

    무라카미 하루키 - 해변의 카프카 (상·하)

     

     

     

     

     

     

     

     

     

     

    하루키 작가님의 작품 세계와 이를 묘사하는 표현력이 너무나 뛰어나다. 감탄이 나온다. 일관된 작품 세계,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 대해 말하는 주제와 이러한 공백들 사이에서 '자연스러운 나' · '온전한 나' 그리고 '진정한 나'에 대한 고민은 항상 무엇인가를 잃어버린 느낌을 가지는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깊은 영향을 준다. 무엇인가. 그 무엇인가. 반드시 되찾아야 하는 소중한 것들에 대해 떠오르게 한다.

    책을 읽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호흡을 놓치곤 했다. 중요한 부분과 그 것이 중요하게 만들어주는 요소 사이에 공백이 생겨 온전하게 느끼지 못하였지만 그래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 책은 고등학생 때 한번 읽었다. 당시에는 자극적인 묘사들에 집중을 해서 읽었지 중간 중간 나오는 까마귀 소년이 무엇이고, 샌더슨 대령은 뭔지,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되니 답답해서 한 쪽만 읽었던 기억이난다. 다행이 지금은 좀 더 차분하게 작가가 의도하는 바를 느끼기 위해 생각도 하면서 읽어서 '(내 자신이) 조금은 터프해졌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15살의 주인공을 통해 '아이'와 '어른'의 경계에 대해 말하며, 모든 변화의 가능성이 있는 대상으로서 15살 소년을 규정했다. 변화의 가능성. 사실 나도 아직 15살 소년이 아닌가 싶다. 처음 책을 읽었을 때는 15살 소년도 못되었고, 아니 주인공 같은 15살이라면 나는 평생 15살도 못될 것 같다. 자신의 소중한 가치를 위해 자신의 손으로 선택하고 나아가는 모습. 타인이 정해준 것들을, 쉬운 것들을 거부하며 항상 고민하고 자신의 것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

     

    이런 모습이 이고, 우리라고 느껴져서 하루키 작가님의 책을 읽을 수 밖에 없다. 상상해 보았다. 목숨을 걸고 숲을 깊숙히 들어가는 것, 서핑에서 하와이 섬의 '토일릿 볼'이란 곳에 빠졌을 때 죽음과 순전히 대면하는 것. 나는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어떤 살 수 있는 일말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당당하게 맞대면 할 수 있을지? 나는, 자신이 없다. 죽음, 죽는다는 것은 지금 세계에서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내려두는 것인가? 아니면 소중히 가지고 가는 것인가? 어찌되었든 죽음이 두려운 것은 현실에 미련이 있기 때문인가?

     

    하지만 여지껏 현실에서 이룬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데 어떤 것이 아쉽다는 걸까. 아니면 죽음에 다다르는 순간이 무서운 것인가? 어떤 느낌인지 모르는 미지의 것이기에 두려운 것일까. 그런데 미지의 것은 두려워해야 하는가? 오히려 경험하지 못한 것이기에 당당할 수도 있지 않을까? 죽음. 우리의 삶이 언젠가는 끝이 있다는 사실을 나는 잘 모르겠다. 어떤 느낌이고 기분인지 내 인지 범위에서 벗어나잇다. 언제까지나 20대일 것 같고, 젊고 웃으면서 지낼 것만 같은데, 이 삶, 내 삶에 죽음이라는 요소가 진정 존재하는가? 죽음이 존재하는 삶에, 끝이 있는 삶에 핵심은 무엇일까? 이 핵심이야 말로 우리가 잊고 있는 그 무엇인가. 그 무언가는 우리가 죽음을 인식하지 않고, 멀리두고, 나에게는 없을 것이라는 미지의 영역으로 치부하게 됨으로서 잃어버리게 되는 것인가. 그렇다면 죽음을 끊임없이 인식하고 삶에 핵심을 파악하는 그 무언가를 되찾는 것이 인생의 목표인가. 언제까지나 20대일 수는 없구나. 나에게도, 주변사람에게도 언젠가는 끝이 있구나. 우리 가족들도····. 아.

     

    그 죽음이란 자식이 언제 다가올지는 모른다. 누구에게, 어디서, 어떻게, 그러니까, 그래서 나를 좀 더 온전하게, 바르게 만들어주고 싶다. 하나의 인간으로서, 친구로서, 가족으로서 진정한 나를 찾아서 나를 자연스러운 자리에 두고 싶다. 그 자리가 어디인지는···. 지속적으로 나를 개선시키기 위해 하드워크하다보면 자연스레 알 수 있겠지?

     

    작가님만의 독특한 음악관과 패션·요리 등이 내 공감각적 요소를 자극해서 더욱 듣기좋고, 보기좋고 맛 좋은 책으로 느껴졌다. 작은 것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해준 책이다.

     

    상, p. 30

    한밤중에 갑자기 억수같이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나는 이따금 잠에서 깨어 싸구려 커튼 사이로 밤의 고속도로 풍경을 바라본다. 빗방울이 소리를 내면서 세차게 차창을 두드리고, 도로를 따라 늘어선 가로등 불빛을 흐려놓고 있다. 가로등은 같은 간격을 유지하면서 세계에 붙여진 눈금처럼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새 불빛이 가까이 다가오고, 다음 순간에는 이미 낡은 빛이 되어 등 뒤로 사라진다. 문든 시계를 보니 자정을 넘은 시간이었다.

    하루키 작가님 만의 미문美文, 정말 살떨리도록 아름다운 문장이다.

    상, p. 215

    요컨대 어떤 종류의 불완전함을 지닌 작품은 불완전하다는 그 이유 때문에, 인간의 마음을 강하게 끌어당긴다. - 적어도 어떤 종류의 인간의 마음을 강렬하게 끌어당긴다는 거야.

    나는 불완전해서 미묘한 문장을 쓰고싶다. 그래서 이런 문장에 강렬하게 끌린다.

    상, p. 256

    모든 것은 상상력의 문제다. 우리의 책임은 상상력 가운데에서 시작된다. 그 말을 예이츠는 이렇게 쓰고 있다. In dreams bdgin the resposibilities. 그 말 그대로다. 거꾸로 말하면, 상상력 없는 곳에 책임은 발생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 아이히만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꿈 속에서 책임은 시작된다.

    ···"누가 그 꿈의 본래 소유자이든, 너는 그 꿈을 공유했다. 그러니까 꿈속에서 행해진 일에 대해 너는 책임을 저야한다. 결국 그 꿈은 네 영혼의 어두운 통로를 통해서 숨어 들어온 것이니까"

    히틀러의 거대하게 일그러진 꿈속에, 어쩔 수 없이 밀려 들어간 아돌프 아이히만 중령과 마찬가지로.

    ···

    아니, 그렇지 않다. 내가 무엇을 상상하는가는 이 세게에서 어쩌면 대단히 중요한 일인 것이다. 

     

    상, p. 350 "자기 자신에 대한 고전적 모색"

    분명히 나는 다른 사람과는 조금 달라.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같은 인간이야. 그것을 네가 좀 이해해 주었으면 해. 나는 괴물이 아니야. 보통 인간이지. 다른 모든 사람들과 똑같이 느끼고 똑같이 행동하지. 그러나 그 사소한 차이가 때로는 끝없는 심연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 그야 물론, 생각해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말야.

     

    상, p. 422.

    나는 잠들 수가 없다. 다른 커튼을 쳐서 방 안을 어둡게하고 이불 속으로 기어 들어간다. 하지만 아무리 애써도 잠이 오지 않는다. 그 수수께끼의 소녀에게, 내가 이상할 정도로 마음이 강하게 끌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내가 무엇보다도 맨 처음에 느낀 것은, 그 어떤 것과도 다른, 강렬한 힘을 지닌 무엇인가가 내 마음 속에 생겨나서, 마음속에 뿌리를 내리고 착실하게 커가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늑골의 우리 속에 갇힌 뜨거운 심장이, 내 의사와는 관계없이 수축되고 확대된다. 확대되고 수축된다.

     

    하, p.114

    모든 물체는 이동중에 있네. 지구도 시간도 개념도 사람도 생명도 신념도 정의도 악도, 모든 사물은 액상적이고 과도적인 것일세. 한 장소에 하나의 형태로 영원히 머물러 있는 것은 없다네. 우주 자체가 거대한 구로네코 택배라네.

     

    하, p. 449

    우리는 모두 여러 가지 소중한 것을 계속 잃고 있어. 소중한 기회와 가능성, 돌이킬 수 없는 감정. 그것이 살아가는 하나의 의미지. 하지만 우리 머릿속에는, 아마 머릿속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것을 기억으로 남겨두기 위한 작은 방이 있어. 아마 이 도서관의 서가 같은 방일거야. 그리고 우리는 자기 마음의 정확한 현 주소를 알기위해, 그 방을 위한 검색 카드를 계속 만들어나가지 않으면 안 되지. 청소를 하거나, 공기를 바꿔 넣거나, 꽃의 물을 바꿔주거나 하는 일도 해야하고. 바꿔 말하면, 넌 영원히 너 자신의 도서관 속에서 살아가게 되는 거야.

     

    나는 상상하기로 했다.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는 위험한 상상을! 내가 없으면 안되도록 하는 위험한 관계를!

    파도가 밀려와서, 바람이 불어와서 머릿속에 흔적을 남기고 또 지운다는 표현이 너무 인상깊었다.

    12. 11. 23.

    상상의 중요성

     

    해변의 카프카 (상/ 양장)무라카미 하루키(Haruki Murak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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